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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기자] 민규동 감독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유쾌하게 결별하는 법 혹은 사랑을 깨달아 가는 법에 대해 그린 영화였다.
결혼 7년 차, 아내 정인(임수정)이 무서워 이혼하자는 말도 못 꺼내는 남편 두현(이선균)이 결별을 위해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는 스토리는 독특함 그 자체다.
자칫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19금 영화가 난무하는 이 때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자극 대신 유쾌함을 택했다.
유쾌함의 압권은 어떤 여자든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류승룡의 카사노바 연기다. 그는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작업멘트에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무장해 시종일관 웃음을 안긴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 속에서 카리스마를 내뿜어 왔던 그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다.
임수정의 변신도 빼 놓을 수 없다. 평소에도 느린 말투를 구사하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속사포 랩에 버금가는 대사를 선보인다. 여기에 가식을 쏙 뺀 솔직한 대사들로 마음 속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또 하나의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등장을 알렸다.
이선균은 아내 앞에 서면 한 없이 작아지는 소심남으로 분해 남성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잔소리를 하는 아내를 앞에 두고 그의 입을 막는 상상을 하는 이선균의 모습은 굉장히 현실적이라 오히려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이광수, 김지영, 이성민, 김정태, 정성화 등의 깨알 조연들의 감초 연기가 더해져 '공감형 코믹 로맨스 영화'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이 영화에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별이 아닌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그려지고 있기 때문. 세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현재, 과거의 사랑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사랑의 시작이 아닌 끝에 대해 주목한 영화다. 결별 프로젝트라는 색다른 소재와 세 배우의 앙상블은 영화 초반부터 웃음을 빵빵 터뜨리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봉은 오는 17일.
['내 아내의 모든 것' 이선균과 임수정(위), 임수정과 류승룡. 사진 = 영화사 집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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