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00이라는 숫자는 왠지 꽉 찬 느낌을 준다. 그리고 뭔가 원하는 바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프로야구에서도 '100'이라는 숫자까지 쉽사리 도달할 수 없는 분야가 많다. 통산 100승, 100세이브, 100홈런, 100도루, 한 시즌으로 좁혀본다면 100탈삼진, 100안타 등이 그것이다. 아주 적은 사람이 이뤄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이룰 수도 없는 기록들이다.
올시즌에는 두 명의 투수가 통산 100승에 도전하고 있다. 프로야구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리고 풍미하고 있는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배영수(삼성 라이온즈)가 그들이다.
▲ 류현진-배영수, 22명 밖에 이루지 못한 100승 도전
3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통산 100승을 거둔 투수는 단 22명 뿐이다. 210승을 거둔 한화 송진우 코치에 이어 161승의 한화 정민철 코치, 152승을 거둔 KIA 이강철 코치가 뒤를 잇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146승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달 은퇴식을 치른 SK 김원형 코치가 134승으로 5위다.
100승 달성 투수 명단을 보고 있으면 프로야구의 역사를 한 번 되짚어 본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름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렇듯 100승은 결코 아무나 이룰 수 없는 대기록이다. 한 시즌에 10승씩 올려도 10년이 걸리며 에이스라 불러도 좋은 15승을 거둬도 7년이란 시간이 있어야 한다.
2012 프로야구는 두 명의 새로운 100승 투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시즌 시작 전까지 배영수가 90승, 류현진이 89승을 기록해 10승, 11승을 추가하면 올시즌 안에 100승 투수 반열에 오른다.
▲ '쾌조의 스타트' 배영수-'타선에 우는' 류현진
사실 지난 몇 년간 성적만 본다면 90승의 배영수보다 89승의 류현진이 100승 달성을 빨리 할 가능성이 높았다. 류현진이 2006년 데뷔 이래 무섭게 승수를 쌓아가는 반면 배영수는 부활에는 성공했지만 예전 최전성기 시절에 비해서는 페이스가 느려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데뷔 이후 6년 연속 10승을 거뒀지만 배영수의 마지막 10승은 공교롭게도 류현진 데뷔 전 시즌인 2005년이 마지막이었다. 때문에 다른 이유는 모두 배제하고 승수 페이스만 본다면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과도 같았다.
하지만 올시즌 출발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배영수는 140km 중후반대 구속을 선보이며 삼성 토종 선발 중 유일하게 2승 이상을 거두고 있다. 때문에 100승에 이제 8승 차이로 가까워졌다.
반면 류현진은 연이은 호투에도 불구하고 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며 시즌 4번째 등판에서야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통산 90승째. 1일 경기에서는 그동안 강한 모습을 보였던 LG에 일격 당하며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 100승 도달 어려움 몸소 보여주는 류현진과 배영수
두 명은 100승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삼성 에이스로 활약했던 배영수는 이후 몇 년간 부상으로 인해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부상에 무릎 꿇지 않았다. 불굴의 의지로 부상에서 벗어났고 다시 승수 쌓기에 나섰다. 비록 승수를 추가하는 페이스도, 구속도 예전의 그것은 아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팔꿈치 수술 이전인 2006년까지 68을 기록했던 승수는 어느덧 100에 가까워져 있다.
류현진은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올시즌 최연소, 최소경기 100승 달성이 확실시 된다. 언뜻 본다면 쉽게 승수를 쌓은 모양새. 그러나 류현진에게도 100승, 그리고 승리투수의 어려움이 담겨 있다.
류현진의 소속팀 한화는 지난 4시즌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만큼 팀 전력이 약했다는 뜻이다. 때문에 류현진의 모습은 더욱 외로워 보였다. 8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도,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해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타선의 침묵은 물론이고 수비진의 결정적 실책까지 겹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류현진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고 어느덧 통산 100승에 가까이 와 있다.
누가 100승을 먼저 달성할 지도, 두 명 모두 올시즌 안에 100승을 기록할 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두 명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오른 92승, 90승이기에 지금의 승수만으로도 충분히 100승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다.
▲ 프로야구 통산 100승을 거둔 선수 명단 (*는 진행형)
1.송진우(210승)-2.정민철(161승)-3.이강철(152승)-4.선동열(146승)-5.김원형(134승)-6.조계현(126승)-6.김용수(126승)-8.김시진(124승)-8.정민태(124승)-10.김상진(122승)-11.한용덕(120승)-12.윤학길(117승)-*13.김수경(112승)-14.장호연(109승)-15.정삼흠(106승)-16.임창용(104승)-17.최동원(103승)-17.손민한(103승)-*19.박명환(102승)-20.이상군(100승)-20.이상목(100승)-*20.이대진(100승)
[프로통산 100승에 도전하고 있는 배영수(왼쪽)와 류현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