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불펜만 빼놓고.
일전에 삼성 류중일 감독은 “두산은 원래 강팀이다. 지난해 안팎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올해도 잘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두산이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걸 그리 놀랍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재능 넘치는 야수들이 많은 건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투수 출신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불안한 불펜이다.
두산은 전임 김경문 감독 시절 막판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야수들의 성장이 돋보인 반면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을 막론하고 다소 불안했다. 같은 시기 두산의 평균자책점은 4.60, 4.62, 4.26이었다. 두산이 늘 정상급 전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건 결정적인 상황에서 마운드가 버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일 현재 올 시즌 두산의 평균자책점은 3.65로 전체 2위다. 니퍼트, 김선우에게 의존하던 선발진에 임태훈과 이용찬이 확실히 한 단계 성장했다. 여기에 김진욱 감독이 비가 와도 기존 로테이션을 최대한 지켜주는 등 선발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원래 강했던 타선과 결합하니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불펜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다. 2009년 불펜 평균자책점이 4.31로 3위였던 두산은 2010년에도 4.27로 4위에 머물렀고, 2011년에도 4.15로 5위에 그쳤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4.68로 전체 6위다. 분명 수준급 불펜을 보유한 두산이지만 항상 2% 부족했다. 올 시즌에는 수준급 마무리 스캇 프록터가 7세이브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내용을 바라보면 불펜 투수가 마무리 투수에게 바통을 이어주는 장면도 매끄럽지 않고, 불안한 모습이 있다.
지난해 투구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은 노경은은 올 시즌 11경기서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고 있고, 이혜천도 지난달 14일 롯데전서 1이닝 2실점하며 부진했지만 나머지 경기서는 1이닝 가량을 잘 막아주고 있다. 그러나 좌완 원포인트 정대현, 롱릴리프 겸 전천후 서동환은 김진욱 감독의 믿음을 확실하게 사지 못하고 있고 지난해 자신만의 릴리스 포인트를 잃었다고 평가를 받은 사이드암 고창성은 올 시즌 8경기 평균자책점이 무려 14.40이다.
고창성은 2일 대구 삼성전서도 8회 등판하자마자 진갑용에게 2루타와 폭투,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촉발된 위기가 결국 3실점으로 이어졌다. 이혜천과 노경은이 뒷마무리를 잘 했지만 고창성은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곡예 피칭을 했고, 결국 5-0으로 넉넉하게 앞서던 경기를 쉽게 마무리 짓지 못한 원인이 됐다. 김진욱 감독도 2일 승리 후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쉽다”는 말로 불펜 투수들의 불안한 투구를 꼬집었다.
불펜 투수들이 흔들리면서 블론세이브가 속출할 경우 그 팀 전체 분위기가 떨어지는 건 이미 두산이 지난 몇년간 종종 겪어왔다. 올 시즌에도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그 여파는 더욱 클 것이다. 더구나 현재 두산은 선두에 올라 있다. 불안한 불펜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불펜 투수들의 행보에 따라 선두를 오래 지킬 수 있을 것인지 판가름이 날 조짐이다.
[부진한 고창성(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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