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잘 함 생각해 보이소. 2번이 제일 중요한 거 아입니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부임할 때부터 공격 야구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투수 중심의 팀으로 재편된 삼성이 한 순간에 바뀔 수는 없었다. 여전히 삼성은 마운드와 수비에 방점이 찍힌 팀이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마운드마저 지난해와 달리 부진하면서 고유의 색채마저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류 감독이 무작정 공격 야구를 주창할 수 없었다.
하지만, 류 감독으로선 여전히 공격 야구를 포기할 수 없다. 올 시즌 이승엽이 성공적으로 한국 무대에 연착륙하면서 여건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하지만, 이승엽 하나가 돌아왔다고 해서 당장 공격 야구가 되는 건 아니다. 공격이란 건 9명이 보이지 않게 출루-찬스연결-찬스해결을 해내야 하는 법. 류 감독은 그 중심이 2번 타순이라고 믿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강한 2번타자’가 각광받고 있다. 출루를 해서 득점 찬스를 만드는, 전통적인 테이블 세터로서의 역할은 물론, 상황에 따라 희생타과 진루타를 칠 수도 있고, 심지어 득점 찬스에서는 직접 타점을 올릴 수도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팔방미인형 2번타자가 사랑 받는 시대다. 2번 타자가 다재다능할 경우, 그만큼 중심타선의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다. 아니, 사실상 2번타자부터 중심타자가 될 수 있다.
류 감독은 “2번타자는 1회에만 2번타자다. 그 다음부터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톱타자로 나올 수도 있고, 득점 찬스에서 나올 수도 있다. 중, 고등학교에서는 가장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가 2번을 친다”라며 삼성의 2번 타자로 가장 마침맞은 선수가 박한이라고 했다. 사실 박한이는 출루, 찬스 연결, 해결 능력을 고루 갖춘 교타자이며, 상황에 따라 밀고 당겨 구장 곳곳에 타구를 보낼 줄 아는 전형적인 스프레이 히터다. 지난해 타율 0.256으로 부진했지만, 2008~2010년 연속 3할을 때렸고, 2001년 데뷔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박한이는 4월에 1군에 없었다. 시범경기 막판 수비도중 왼쪽 뒷허벅지 햄스트링이 4cm가량 찢어져 4월 내내 재활과 2군 경기 출장을 병행했다. 결국 5월 1일에서야 1군에 등록됐고, 2일과 3일 대구 두산전을 통해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경기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박한이가 없었던 4월 삼성은 득점력 난조로 고생을 했다. 4월 말 박석민의 2번 타순 기용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으나 박석민은 역시 테이블세터보다 중심타선에 있는 게 어울린다. 박석민이 2번에 올라오면서 이승엽과 최형우 다음에 들어서는 타자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약점도 있었다.
결국 해답은, 박한이의 복귀였다. 지난 2경기서 박한이는 무려 9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하나같이 팀 득점에 연관되는 안타를 쳐냈다. 3일 대구 두산전서도 1-0으로 앞선 5회 1사 만루 찬스에서 우전 적시타를 터트려 임태훈을 강판시켰고, 6회에도 찬스를 만드는 안타를 때리며 추가 3득점의 물꼬를 텄다. 2일 경기서도 0-5로 뒤진 8회 정대현에게 적시타를 터트리며 3점 추격의 시발점이 됐다. 4회말에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만회점 찬스의 포문을 여는 안타를 만들었다. 삼성은 지난 이틀간 박한이의 안타가 터질 때 득점 확률이 높았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박한이가 들어오니까 삼성 상위 타선이 꽉 차 보인다”라는 말을 했다.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2012년을 뒤늦게, 그리고 뜨겁게 열어 제친 박한이가 삼성 공격야구의 선봉에 설 수 있을까. 류 감독의 ‘강한 2번 타자’ 박한이가 삼성 닥공을 본격적으로 이끌 태세다.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박한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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