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진욱, 김성근, 제리 로이스터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야구인, 혹은 감독이라는 사실뿐 아니라 이들은 경기 중 뼈아픈 실수를 범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도 비슷한 실수라서 눈길을 모은다.
▲ 2012년 5월 3일 대구 두산-삼성전
대구 삼성전을 치르던 두산은 0-0으로 팽팽하던 5회말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두산 정명원 투수코치가 선발 임태훈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를 방문했으나 임태훈은 손주인, 김상수에게 볼넷, 정형식에게 희생플라이, 박한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3점을 내줬다.
그런데 이후 김진욱 감독이 마운드로 향하자 야구규칙 8.06조 (b) ‘감독이나 코치가 한 회에 동일투수에게 두번째 가게 되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경기에서 물러나야 한다’를 알려주던 구심과 실랑이를 벌였다. 알고 보니 김 감독은 임태훈을 교체하기 위해서 마운드에 올라간 게 아니라, 진정을 시켜주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이었다. 김 감독은 “정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간 건 알고 있었지만, 같은 회인지 몰랐다. 내 착각이었다”라고 말했다.
▲ 2009년 7월 3일 부산 SK-롯데전
SK는 부산 롯데전을 치렀다. 3회말 수비에서 선취점을 빼앗긴 뒤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당시 가토 하지메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당시 선발 김광현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후 박기혁의 번트 타구에 대한 노바운드, 원바운드 캐치에 대한 당시 김성근 전 감독과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잇단 항의가 이어졌고, 심판은 판정을 번복해 결국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3루에서 경기가 속개됐다.
이후 김광현은 조성환에게 2루땅볼을 유도한 뒤 홈에서 아웃카운트를 추가해 2사 1,3루가 됐고, 후속 이대호에게 초구에 볼을 던졌다. 이때 김 전 감독이 갑자기 마운드를 방문했다. 당시 공 38개를 던져 2⅔이닝 1실점한 김광현을 바꿀 이유는 전혀 없었다. 역시 김광현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앞서 격렬한 항의로 경기가 10분간 지연되자 김 전 감독이 앞서 가토 전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던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결국 김 전 감독은 의도치 않게 김광현을 전병두로 바꿨다.
▲ 2009년 5월 19일 잠실 롯데-두산전
롯데는 잠실 두산전을 치렀다. 3-2로 앞선 6회말 수비 상황에서 당시 페르난도 아로요 코치가 선발 이상화의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갔으나 이번에는 로이스터 전 감독이 갑자기 뛰쳐나와 마운드로 향했다.
이에 구심은 로이스터 전 감독에게 타석에 동일 타자가 있을 경우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를 2회 방문할 수 없고, 그래도 방문할 경우 해당 코칭스태프를 퇴장시킬 수 있다는 야구규칙 8.06조를 설명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갔고, 결국 이상화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장렬하게(?) 퇴장을 당했다.
▲ 규칙의 세밀한 차이, 그리고 그 이후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한 회에 마운드 연속 2차례 방문 불가 규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과 김성근 전 감독의 경우 순전히 착각으로 한 이닝 2회 방문을 한 것이었다. 반면 로이스터 전 감독의 경우 착각이 아니라 한국프로야구 로컬룰을 지키지 못했다.
알고 보면 세부 규정은 다르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야구규칙 8.06 (b)를 어긴 것뿐 아니라 (c) ‘감독이나 코치는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또 다시 그 투수에게 갈 수 없다’를 어겼다. 중요한 건, (b)와 (c)의 규정을 설명해줬음에도 감독이나 코치가 그 조항을 어길 경우 그 감독을 퇴장시킬 수 있다는 규칙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과 김 전 감독의 경우 구심의 설명을 듣고 순순히 투수교체를 지시했지만, 로이스터 전 감독은 심판원의 설명을 어기고 마운드 방문을 강행했다. 경기 후 로이스터 전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경우 선수 부상 확인을 위해서라면 여러 번 방문해도 관계없다는 규칙을 언급했지만, 사실 한국프로야구규칙 8.06 [원주] 말미에도 ‘투수가 다쳤을 때 감독이 그 투수 곁에 가고 싶으면 심판원에게 허가를 요청할 수 있다. 허가가 나면 마운드에 가는 횟수에는 계산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결국 로이스터 전 감독의 경우 심판원의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국적이 달라서 생긴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로이스터 전 감독은 경기 후에도 불만을 드러낸 반면, 김 감독과 김 전 감독은 자신의 착각과 실수를 인정했다. 여기서도 미묘하게 다른 점이 나타난다. 당시 김 전 감독은 경기 후에는 이렇다 할 코멘트를 남기지 않고 다음날 “3회에 정상호가 박기혁의 번트타구를 노바운드로 잡았다고 판정되며 스리아웃이 된 줄 알고 선수들이 전부 덕아웃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그래서 이닝이 바뀐 걸로 착각했다. 경기 뒤 하이파이브를 할 때 광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했는데 내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다. 태훈이의 교체는 명백한 나의 실수다. 경기 중에 생각이 많아서 올라갈 타이밍을 착각했다. 그 전에 정명원 코치가 올라간 걸 몰랐다. 마지막까지 벤치 분위기도 좋지 않았고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라며 이례적으로 선수들에게 사과를 했다. 보통 패장의 경기 직후 코멘트는 길지 않은 편인데, 김 감독은 곧바로 사과를 하며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비록 완패했지만, 김 감독은 재빨리 팀 분위기를 추스른 노련한 화술을 선보인 셈이다. 이렇듯 비슷한 사유의 해프닝들이지만, 마운드 방문 규정을 어긴 이유와 세부 규정도 조금씩 달랐고, 세 감독의 반응과 수습도 미묘하게 달랐다.
[세 감독들의 같으면서도 다른 실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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