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류중일 감독이 삼성 선수들과 기록이 약속한 수치를 넘을 경우 현금이나 선물을 주고, 반대의 경우 선수들에게 돈을 받는 내기를 즐기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6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류 감독이 이와 같은 내기를 왜 시작했는지, 그리고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 시작은 박한이
삼성 박한이는 현재 삼성의 주전 선수 중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1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100안타 이상을 쳤고, 5차례나 3할 타율을 때렸다. 그런 박한이도 지난해와 2007년 등 부진한 시즌이 있었고, 슬럼프도 수없이 많이 겪었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쭉 봐왔는데, 입단 뒤부터 정말 야구를 열심히 하더라. 그래서 격려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이런 박한이가 데뷔 초창기 시절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이에 류 감독이 “갑자기 너무 부진한 것 같아서 내기를 걸어봤다”고 회상했다. 결과는, 항상 박한이의 승리였다고 한다. “아, 글쎄 내기를 했는데 갑자기 잘하더라고. 그때부터 박한이와 거의 매년 내기를 했는데 내가 이겨본 적이 없더라”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박한이와 지난해에는 내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박한이는 지난해 타율 0.256으로 부진했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어쨌든 박한이를 시작으로 류 감독은 주요 선수들과 꾸준히 내기를 하고 있다.
▲ 꽤 구체적인 조항
이에 류 감독은 “올해도 한이와 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내용이 꽤 구체적이다. 타율 0.330을 넘기면 류 감독이 박한이에게 500만원을 주고, 타율 0.270을 넘기지 못했을 땐 박한이가 류 감독에게 500만원을 내놓는 것이다. 0.270과 0.300사이로 마칠 때는 아무것도 주고 받지 않고, 0.300에서 0.330사이로 마칠 때는 류 감독이 박한이에게 200만원을 준다.
여기에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는 용병 투수 미치 탈보트와 브라이언 고든과도 내기를 걸었다. 내용은 탈보트가 13승, 고든이 12승이다. 그런데 사연이 재미있다. 류 감독은 “괌에서 탈보트 와이프를 초청해 같이 밥을 먹는데 대뜸 ‘우리 남편 잘하면 밥 좀 사달라’고 하더라”라고 하더니 “탈보트 와이프가 직접 만약 13승을 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 남편 밥도 안 주고 쇼파에서 재우겠다”라고 말했다며 껄껄 웃었다. 결국 내기는 목표 승수를 채울 경우 류 감독이 두 투수 아내에게 가방을 사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런 식으로 류 감독과 내기를 한 선수가 많다. 박석민과는 100타점을 걸고 내기를 했으며, 차우찬과는 포스트시즌 포함 15승을 걸고 내기를 했다. 마무리 오승환과는 블론세이브 3개를 걸고 내기를 했다. 류 감독은 “한이나 석민이는 내기에서 이길 것 같다”고 말했지만, 오승환을 두고서는 “벌써 블론 한번 했네”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 동기 부여가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류 감독은 이 모든 내기를 자신이 무조건 졌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류 감독은 “내 돈이 나가더라도, 내기를 하면 선수들이 다 이겼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류 감독이 져야 선수가 원하는 목표 이상을 채웠다는 뜻이고, 그게 곧 삼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어 류 감독은 “내기를 하는 건, 선수들이 확실한 목표 의식을 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내기를 했을 때 거의 선수들이 이겼다”고 말했다. 이어 구수한 사투리로 “내가 선수들에게 내기에 이겨서 돈 받아 보면 뭐 하겠노. 절대 안 쓴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내기 해서 본인들이 이기면 다 다시 돌려준데이”라고 말했다. 내기라는 방법으로 선수들의 목표의식을 끌어올리는 류 감독이다. 과연 올해 삼성 선수들과 류 감독의 내기 결과는 어떻게 될까. 현재 부진한 팀 성적도 내기를 선수들이 이긴다면 올라갈 수 있을까.
[선수들을 격려하는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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