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해도해도 너무 한다. 일부 재벌 기업들이 통큰 경영은 할 줄 알면서도 통큰 마인드를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벌만큼 벌고, 심지어 사회공헌활동까지 척척 펼치는 재벌 그룹들이 유독 10구단 창단 앞에서는 속 좁은 좀생이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 NC, 2013년 1군 진입의 숨은 이면
8일 KBO 이사회에서 제 9구단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이 2013년으로 확정됐다. 이날 10구단 창단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그나마 NC의 1군 진입 시기가 확실해져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결과적으로 표결에서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NC의 2013년 1군 진입에 손을 들어줬지만, 알고 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지난 2011년 3월 이사회로부터 창단 승인을 받은 NC는 6월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2013년 1군 진입을 전제로 하는 실행위원회(단장회의)의 선수수급 안을 받아들였다. 그에 맞춰 NC는 갖가지 방법으로 선수 수급을 하기로 했고,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현재 퓨처스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이미 '2군은 좁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일부 재벌 구단들이 “NC의 2013년 1군 참가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희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4월 10일 이사회에서 NC의 1군 진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안건이 이번 이사회로 넘어왔다. 약 한 달 뒤인 8일 이사회에서 롯데의 반대 속 7대 1로 가결 돼 NC의 2013년 1군 진입이 확정됐다. 코미디다. 진작에 당연히 결정됐어야 하는 일이 질질 끌게 된 것이다.
결국 재벌 구단들이 시간 끌기 작전을 폈다는 걸 알 수 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오는 8월)가 다가오고 있고, 시즌은 중반을 향하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연내 10구단 창단이 어려워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NC는 결과적으로 당연한 걸 뒤늦게 승인받았다고 해도 잃을 건 없다.
하지만 10구단 창단은 이야기가 다르다. 너무나도 당연한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갖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자꾸만 10구단 창단 문제가 뒤로 밀린 것이다. 9구단 행보가 확정돼야 10구단이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인데, 재벌 구단들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NC의 1군 진입에 딴죽을 걸면서 결국 10구단의 2013년 퓨처스리그 진입을 사실상 봉쇄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NC는 지난해 3월 창단 승인을 얻어 겨우겨우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 진입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현재 아직 10구단 창단 승인은 고사하고 사업자와 연고지도 결정된 게 없다. 10구단이 내년에 2군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9구단 파행 체제가 2013년 1년에 그칠 게 2014년, 혹은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어쨌든 재벌 구단들의 작전은 성공했다. 10구단 확대 저지는, 지금까지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착착 전개되고 있다. 참으로 얄밉다.
어떻게 보면 롯데가 덜 얄밉다. 대놓고 끝까지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반대했지만, 나머지 재벌 그룹들은 찬성 속에서 '악마의 기질'을 숨기고 있다. 8일 이사회에 NC 2013년 1군 진입 찬성 쪽에 선 일부 재벌 기업들도 결국 롯데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NC가 이미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13년 1군 진입을 허락해줬지만, 못 미더운 표정으로 허락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 뿌리깊은 불신
사실 일부 재벌 구단은 독자생존으로 리그를 운영하는 넥센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물론 삼성, 롯데, 한화, LG, KIA, SK, 두산이 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여전히 넥센이 롱런할 수 있을지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 넥센 출범도 히어로즈 시절과 합쳐 어느덧 5년이 됐고 매년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비즈니스 차원)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아직 그렇다. NC의 행보와 10구단 창단과 관련해 넥센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일부 재벌 구단들은 넥센과 NC가 자신들과 함께 오래 프로야구판을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언제 제2의 현대가 나올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같이 상종하고 싶지 않아 한다. 격에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일본 프로야구만 해도 중소기업들이 이미 정상적으로 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큰 차이는 없다. 당장 쓰러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넥센과 NC도 마찬가지다. 그냥 쓰러질 팀들이 아니다. 씀씀이는 적을 수 있어도, 또 야구단 운영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는 있어도, 그럴수록 기존 구단들이 응원해줘야 한다. 생각해 보자. 당장 대기업 중 어느 팀이 프로야구단을 창단하려고 하는가. 결국 10구단도 중소기업이 위주가 돼 창단될 가능성이 크다.
재벌 구단들은 “그러니까 우리가 봉이고, 우리한테 잘해”라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어쨌든 사회 공헌 차원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이기적인 마인드로는 결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 10구단 선수 수급 과정에서 유망주들을 빼앗기는 등 프로야구의 파이가 커질 경우 당장 기존 구단이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장기적으로는 프로야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야구 콘텐츠 관련 부가적인 이익과 일자리 창출 등 효과는 두 말할 게 없다. 큰 그림을 그린다면 당연히 10구단, 나아가 12구단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 사장님들, 이제 좀 생각을 바꿔보시는 게 어떨지요?
어차피 2013시즌이 9구단으로 가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10구단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10구단이 언제 퓨처스리그에 참가할 것인지가 불투명해졌다. 이는 곧 2014년 이후에도 1군이 9구단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현재 재벌 구단들은 과거 빙그레 창단 시절 7구단 체제로 리그 운영을 해왔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 당시와 지금 야구의 수준이 달라졌다. 특히 투수 운용이 분업화되고 체계화됐다. 9구단 체제에서 3연전 시리즈를 치를 때 한 팀이 쉴 경우 투수 운용의 분업화가 붕괴된다. 변칙이 판을 치고, 눈앞의 1승을 위해 목요일 투입된 에이스가 금~월 그 팀의 휴식 후 다시 화요일에 투입돼 선발로테이션 자체가 무너진다. 당장 1~3번 선발 투수가 강한 팀이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오래갈 경우 변칙이 판을 치면서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투수들의 혹사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타자들의 경우 불규칙한 휴식이 타격감 유지에 독이 된다.
또한 팀간 16차전, 128경기 체제에 돌입하면서 홈, 원정 2연전 한 차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이럴 경우 주당 2연전이 3차례 편성돼 일주일에 최대 2회 이동하는 팀이 나온다. 체력적인 부담이 커지고, 그러면서 불만을 갖는 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9구단 체제는 경기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짝수팀으로 운영돼야 하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하루빨리 10구단 사업자와 연고지 확정이 돼야 한다. KBO도 지자체와 희망 기업체 선정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 그래야 이사회 승인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2013년 10구단의 퓨처스리그 진입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그러나 늦어도 2014년에는 10구단이 퓨처스리그에 진입하고 2015년부터는 1군 10구단 체제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기존 8개 구단 사장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장님들, 통큰 마인드 좀 가지십시다. 10구단 창단, 도대체 언제까지 미루실 겁니까?”
[야구회관(위 사진), 롯데의 9~10구단 반대에도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관중(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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