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투좌타 양산은 좀 아쉽지.”
삼성 류중일 감독이 9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우투좌타의 무분별한 양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류 감독은 “우리팀에도 정형식, 우동균이 우투좌타”라면서 “우투좌타가 늘어나고 있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오른손 잡이 선수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보지도 않고 무작정 우투좌타로 전향하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우투좌타의 경우 ‘만들어진’ 선수가 많다. 오른손잡이지만, 타석에서의 유리함을 위해 좌타자로 전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왼손타자가 오른손타자에 비해 2~3발 정도 1루에 도달하는 거리가 짧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왼손타자는 타격한 뒤 곧바로 베트를 놓고 1루로 출발하면 되지만, 오른손타자는 타격한 뒤 왼쪽으로 이동한 몸의 중심을 바꾼 다음 1루로 출발하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적인 손해를 본다. 류 감독은 “이치로가 내야안타가 많은 건 치자마자 곧바로 1루로 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어 태생적인 한계도 지적했다. “만들어진 우투좌타는 파워히터가 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오른손잡이 타자가 우투좌타로 전향할 경우 컨택트 능력은 좋아도 파워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류 감독은 “아무래도 힘은 떨어지지. 안 그래도 장타자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오른손 거포가 많아져야 돼. 재능 있는 오른손타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류 감독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날 삼성은 왼손타자, 특히 ‘우투좌타’가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삼성은 전통적으로 강한 좌타자가 많다. 지금도 박한이, 이승엽, 최형우, 채태인 등 좌타자들이 삼성 타선을 대표하고 있다. 게다가 이날은 손목 부상 중인 오른손 외야수 배영섭 대신 우투좌타 정형식이 9번 타순에서 팀 공격의 응집력을 강화시켜 승리를 따냈다.
이날 정형식은 4타석 3타수 3안타 1볼넷 1득점으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100% 출루에 성공했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중간 2루타를 뽑아내 김상수의 짧은 중전안타 때 빠른 발을 활용해 홈까지 파고 들어 결승 득점을 올렸고, 5회초에도 무사 1,2루 찬스에서 바깥쪽 코스를 툭 밀어쳐서 상위 타순에 무사 만루 찬스를 연결했다. 비록 홈에서 횡사했지만 정형식의 팀 베팅은 단연 돋보였다. 7회에는 잡아당겨서 우전안타를 쳐냈고 9회에는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9번 타순에서 정형식이 활약하자 자연스럽게 정형식-김상수-박한이로 이어지는 3인 테이블세터진이 형성됐다. 득점 루트도 다양해지고, 작전 야구의 폭도 넓어졌다. 이승엽-박석민-최형우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잡는 찬스도 늘어났다. 결국, 박한이와 이승엽이 착실히 해결을 하면서 이날 삼성은 좌타자들이 팀 득점과 승리를 이끌었다. 좌타자의 선봉장 격인 최형우가 끝없이 부진해 류 감독의 애를 태웠지만, 모처럼 류 감독의 아쉬움이 머쓱할 정도로 좌타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맹활약한 정형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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