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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여자에게 결혼이란 중요한 일이다. 비단 여자뿐아니라 한 인간에게 결혼이란 것은 인생의 틀을 변화시키는 것이니 전체 인생에 있어 손꼽히는 중요한 사건이다. 김효진(29)에게도 결혼은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나, 결혼을 앞둔 순간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될 작품을 만나게 됐다. 바로 그녀를 신혼여행 대신 칸행 비행기에 태워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단박에 '꽂혔다'는 김효진은 '돈의 맛' 촬영에 몰두하느라 허니문도 결국 반납했다. 결혼만큼 간절한 작품이었다.
10일 오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효진은 "정말 정신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신기해요. 사실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꽂혀서 하겠다고 그랬던 거에요. 결과적으로는 저 나름 결혼과 영화를 철저하게 분리를 잘 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나 결혼준비에 영향을 끼친 것이 없었어요. 아니, 오히려 영화에 더 몰입할 수도 있었어요. 신기해요. 잘 끝낸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을 만나다면야, 어떤 상황에서도 할 것 같아요. 저는"이라고 덧붙였다.
1999년말 아직 10대일 때 데뷔한 그녀는 무명생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다. 한 통신사의 CF로 유명해진 그녀는 '논스톱' 등 시트콤을 거쳐 몇편의 드라마도 찍었다. 그 시절 그 또래 스타들이 그러했듯 그녀 역시 통통튀는 트렌디한 역할을 주로 했다. 모델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이름 앞에는 항상 패셔니스타라는 말도 동반된다.
김효진은 "어릴 때는 당연히 연기가 뭔지 잘 몰랐고 그저 좋아서 했었죠. 그러다 2003년에 첫 영화(천년호)를 하고 연기에 대한 생각, 영화에 대한 생각의 틀이 처음 잡히게 됐고 그 후로는 줄곧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어려서는 늘 철없는 막내, 밝고 트렌디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변화하고 싶은 갈증은 늘 있었죠. 그러다 민규동 감독님(2009, 오감도)을 만나게 됐고, 또 지난 해에는 '창피해'라는 영화도 찍었어요. '창피해'는 제가 많이 아끼는 영화인데 '이런 작품이 나한테 들어왔구나'라면서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 임상수 감독님을 만나게 됐죠. 처음에는 저에 대한 약간의 선입견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만나고 나서는 좋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연기와 작품에 대한 생각들은 점점 진지해지고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작품을 고르는데 좀 더 신중해질 것 같아요"라고 데뷔시절을 거쳐 지금에까지 도달한 내면의 변화과정을 들려줬다.
'돈의 맛'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윤나미. 임상수 감독의 전작 '하녀'와도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이다. 돈에 중독돼 인간의 존엄성마저 잃고 사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이성적인 인물로 소개됐다.
김효진은 그가 연기한 나미의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들려줬다. "돈이 많은 집에서 살다보면 정작 돈에 무감각해질 수 있을텐데 나미는 그 옛날 하녀로 인해 돈에 대해 생각하게 됐을 거에요. 그러면서 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일면에서는 부끄러워 하기도 했겠죠. 영화 속에서는 많이 보여지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 역시도 자신이 싫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하게 됐을 거에요. 그리고 다른 측면으로 가족들을 점차 이해하게 되기도 해요. 더불어 나미 역시도 외로운 인물인데, 영작(김강우)을 만나게 되죠. 일반적인 애정은 아닐테고 사랑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도 없겠지만 '통한다'라는 느낌을 받게되면서 영작을 유혹해요. 나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작과 너무 자고싶어하는데(웃음), 그래도 그와의 관계를 신부의 차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감독님은 이 영화는 어쩌면 나미와 영작이 언제 자는가를 궁금해하는 영화라고 말씀도 하셨어요."
전작 '창피해'도 그렇고 '돈의 맛'도 꽤 수위높은 노출신들이 등장한다. 김효진에게 있어 노출은 작품성과 캐릭터에 대한 매력만 전제된다면 크게 장애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누구나 그러하듯 상업적으로 쓰이는 노출은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작품을 고를 때 내가 꽂히느냐 캐릭터가 좋냐가 중요하지, 노출은 부차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캐릭터에 맞는 상황이 있고 연기와 장면에 필요한 것이기에 나중에 감독님과 이야기할 문제이지만, 노출이 있다고 해서 하고 싶은 작품을 저어하지는 않아요. 내 마음에 드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의 맛'을 기점으로 보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지기를 바란다는 김효진은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하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라고 자신의 또다른 연기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게 된 영화 '돈의 맛'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돈의 맛'에 출연한 배우 김효진. 사진=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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