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롯데가 10일 부산 삼성전서 헛심만 쓰다 2-2로 비겼다. 이날 롯데 불펜은 총력전을 폈다. 김성배(1이닝)-강영식(⅓이닝)-최대성(1⅔이닝)-이명우(⅓이닝)-이재곤-이승호(1⅔이닝)-김사율(1이닝)이 합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양승호 감독은 김성배와 이재곤을 오른손 스페셜리스트로, 강영식과 이명우를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했고, 최대성과 이승호를 셋업맨으로 사용했다. 물론 김사율은 마무리다.
▲ 이승호 최대성, 불펜의 핵이지만…
이같은 불펜 운용을 봤을 때 결국 롯데 불펜의 핵심은 이승호와 최대성이다. 양승호 감독은 “최대성은 왼손, 오른손 타자 가리지 않는다. 빠른 볼로 타자를 압박할 수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승호를 두고서도 “지금은 롱 릴리프다. 아직 박빙 승부에 투입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을 봐가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생각이다. 경험이 많아서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 해낼 것이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승부가 워낙 치열했던 터라 양 감독은 최대성과 이승호를 차례로 박빙 승부에 내보냈다. 결과는 무실점이었지만, 내용은 사뭇 달랐다. 최대성은 8회초 1사 1,2루 위기 상황에 나서 박석민과 최형우를 상대했다. 좌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어 9회초에는 1사 1,2루 위기를 맞이한 뒤, 정형식과 김상수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10회초 박한이-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왼손타자가 등장하자 이명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볼넷과 안타를 1개씩 허용하는 등 깔끔한 피칭은 아니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도망가는 피칭 없이 씩씩하게 승부했다. “또 홈런 맞아도 정면승부 하겠습니더”라는 다짐 그대로였다.
반면 이승호는 최대성에 비해 박빙 승부에서 불안했다. 제구가 잘 잡히지 않았다. 10일 경기서 뒤진 상황에 등판했을 때와는 또 달랐다. 10회초 1사 1,2루 위기에서 최형우에게 2구째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1,3,4구가 볼이었다. 볼카운트가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흐른 것이다. 이후 파울과 헛스윙으로 최형우를 삼진 처리했지만 5구와 6구도 분명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었다. 최형우가 참고 서 있었다면 볼넷을 고를 수 있었고 이승호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영점 조절이 되지 않은 이승호는 후속 배영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11회에도 1사 후 볼넷을 연이어 2개 내주는 등 전반적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투구였다. 한 마디로 제구가 안 돼 힘겹게 맞춰잡는 곡예 피칭이었다.
▲ 트라우마를 극복하라
투구 결과도 무실점이었고, 과정도 주자를 내보내는 등 완벽하지 못했지만, 최대성은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인 반면 이승호는 볼을 많이 던져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감독 입장에서는, 최대성이 설령 홈런을 맞더라도 홈런을 안 맞고 ‘볼. 볼’을 던지는 이승호가 더 불안하다. 실제 이승호는 초구를 지켜본 타자 6명 중 초구 스트라이크를 단 한 차례만 집어 넣었고, 총 3명에게 볼넷을 내줬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승호의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박빙 승부에서 제구력을 잡는 것이다. 이미 이승호는 시범경기서부터 제구가 되지 않아 개막엔트리에 탈락했던 아픔이 있다. 이날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감독이 경기 막판에 내보낸 건 그만큼 기대치가 있다는 뜻이다. 볼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양 감독으로선 상당히 불펜 운용이 난감해질 것이다. 아무리 점수 차가 벌어질 때 기용한다고 해도 결국 이승호는 다목적 카드로 활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최대성은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정면 승부를 들어갔다. 특히 변화구 승부를 적극적으로 한 게 돋보였다. 8회 1사 1,2루 상황에서 박석민에게 초구부터 슬라이더, 최형우에게 역시 초구에 체인지업을 던져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 넣었다. 박석민과 최형우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성급하게 직구를 공략해 범타로 물러났다. 강력한 직구를 뿌리는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니 직구가 들어올 때 타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성급한 타격을 했다. 이게 바로 변화구를 장착한 강속구 피처의 장점이다. 최대성은 이날 27개의 투구 중 스트라이크를 16개나 집어 넣었다. 지난주 3경기서 직구를 던지다 결정적인 홈런 3방을 맞았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렸다.
한 명은 홈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또 한명은 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라우마는, 결국 본인과의 싸움이다. 본인 스스로 풀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불펜 좌우 에이스로서, 마무리 김사율을 떠받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호와 최대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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