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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지난 해 영화 '최종병기 활'로 700만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류승룡이 이번에는 천하의 바람둥이로 돌아왔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장성기를 연기한 류승룡은 첫 등장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입가에 웃음이 머물게 만든다. 그에게도 이런 기질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능청맞은 카사노바를 매우 류승룡스럽게 완성시켰다.
그런데 카사노바는 현실에서처럼 영화에서 역시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었다. 류승룡은 장성기를 연기해내기 위해 스페인어에 불어, 아프리카어까지 공부해야했고 요리는 물론, 샌드애니메이션과 소젖짜기(?)까지 능수능란하게 흉내내야했다. 심지어는 밉지 않게 여자를 때리는 연기까지도 했는데, 이 충격적인 도입우 신에 대해 류승룡은 꽤 많은 연구를 거쳐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로 그 장면은 성기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지만, 관객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닐지가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어요. 일단은 첫 대사인 스페인어에서부터 관객의 웃음보가 터져야한다고 생각했고, 여자한테 맞는다고 여자를 가해한다는 설정 자체가 예측불허인데 그 장면을 보고 관객이 웃는다면 성공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원래는 따귀를 때린다였는데 따귀가 아닌 머리통을 밀면서 살짝 빗겨 나가는 정도로만 했었죠. 황당함에 웃으면서도 세게 때린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껴질 수 있도록."
어찌보면 사소하지만, 디테일한 것에 예민하게 신경쓰는 것은 카사노바의 필수자세다. 이외에도 류승룡은 실제 스페인어와 불어 선생님을 옆에 두고 외국어 대사를 연습했다. 또 소 젖짜는 장면의 손놀림도 직접 배워 현란하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당같은 모습이 있죠. 성기에게는. 그렇기에 여자들이 빠져드는 것 같아요.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는 빈틈이 있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헤어나지 못하는 매력이잖아요. 스페인에서 여자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쫓아올 정도가 돼야하는데, 마냥 멋있어 질리는 남자보다는 뭔가 다른 매력이 있었을 거에요."
실제 류승룡에게도 성기와 같은 카사노바적 습성이 있을까 물어보니, "여성한테만이 아닌 모든 동료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특정 목적을 가지고 유혹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친분을 위해서죠. 그리고 저의 유혹의 기술을 물어보신다면, 전 연기를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제 유혹의 기술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모범답안을 말했다.
영화 등장순간순간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그의 캐릭터는 '건축학개론' 납뜩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조연이었던 납뜩이와 달리, 주연인 성기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런만큼 웃음에 있어 완급조절도 잘 했어야 했는데, 초반부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하던 성기가 클라이막스 정인(임수정)과의 장면에서 눈물을 똑 떨어뜨리게 만드니 성공적인 결과다.
"생각보다 눈물을 보이는 여성관객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정인이 남편(이선균)에게 '왜 나는 왜 사랑도 못하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많이들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남자들 역시도 이선균씨 캐릭터에 공감을 하면서 도둑이 제발 저린 심정도 느끼게 되죠. '아 맞아, 난 비겁했어'라는 자기 반성도 그러면서 느끼게 되고. 사실 임수정씨나 이선균씨가 연기한 인물들은 현실적인 반면, 성기는 허구적인 인물인데, 관객들에게 두 부부의 잘못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웃으면서 뒤에서 생각하게끔 만드는 묘한 역할을 해요. 물론 성기 그 자체를 보고 반성하거나 하는 것은 없었겠지만 어떤 생각의 촉매 작용을 한 것 같아요."
류승룡의 맹활약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류승룡. 사진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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