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롯데 양승호 감독도 삼성 류중일 감독만큼은 아니지만, 선수들과 내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물론, 선수들의 건전한 승부욕 고취를 위해서다. 양 감독은 10일 부산 삼성전을 앞두고 황재균과 내기를 했다. 놀랍게도 황재균이 먼저 “감독님, 제가 오늘 안타 2개 치면 10만원 주십시오”라고 농담조로 말한 걸 양 감독이 “자. 분명히 말했습니다. 기자님들, 보셨죠?. 만약 황재균이 안타 2개 못 치면 제가 10만원 받는 겁니다”라고 껄껄 웃었다.
결과는, 양 감독의 승리였다. 황재균은 10일 부산 삼성전서 안타를 1개만 때렸기 때문이다. 이에 황재균은 11일 청주 한화전을 앞두고 실제로 10만원을 준비해왔다. 경기 전 연습 시간에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양 감독은 수비 훈련을 하는 황재균에게 “재균아”라고 큰 소리로 안부를 물었고, 이에 황재균은 말없이 5만원짜리 2장을 유니폼 주머니에서 꺼내 하늘 방향으로 높게 치켜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황재균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양 감독에게 터벅터벅 걸어왔더, 이윽고 “감독님, 제가 졌습니다. 여기 10만원 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남자 답게(?) 내기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양 감독은 10만원을 받지 않았고, 웃으며 황재균을 격려하며 다시 그라운드로 보냈다. 이에 양 감독의 설명이 걸작이었다. “아니,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나한테 돈을 주면 어떡해. 감독이 선수에게 돈 받는다고 그러면 또 인터넷에서 얼마나 난리가 나겠어. 돈 받는 감독이라고”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양 감독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10만원을)주면 냉큼 받았지. 일부러 사람들 보는 데서 준거야”라고 말해 기자들을 반쯤 쓰러지게 했다. 이 모든 게 황재균의 작전(?)일 것이라는 게 양 감독의 유쾌한 추측이었다.
상황이 정리된 뒤 양 감독은 “내가 선수들에게 돈 받아서 뭐하겠어. 내기는 선수들 잘 하라고 하는 거지 뭐”라고 쿨하게 말했다. 내기는 분명 양 감독이 이겼지만, 정작 승자는 양 감독이 아닌 황재균인 듯하다.
[양승호 감독과의 내기에서 진 황재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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