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박찬호가 국내 데뷔 최악의 투구를 했다.
한화 박찬호는 11일 청주 롯데전서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6번째 등판에서 4이닝 7피안타 1탈삼진 2볼넷 6실점이라는 결과를 남기고 마일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찬호의 4이닝 투구는 4월 24일 광주 KIA전과 함께 가장 적은 이닝 소화였고, 6실점 및 5자책점은 한국 데뷔 후 최다 실점이었다. 한화 수비의 어설픔이 여지 없이 뒤따랐지만, 박찬호의 구위도 좋지 못했다. 박찬호에게 이날 경기는 한 마디로 “오늘은 뭘 해도 안 되는 날”이었다. 경기 막판 타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패전을 면했다.
▲ 컷 패스트볼 안 먹혔다
박찬호가 올 시즌 국내 타자들에게 가장 잘 써먹고 있는 게 바로 컷 패스트볼이다. 컷 패스트볼은 직구처럼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꺾인다. 투수 입장에서는 구속이 직구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타자가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박찬호는 국내 좌타자들을 상대할 때 컷 패스트볼로 적지 않은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날 상대한 롯데 타자들은 대부분 우타자들이다. 이날 롯데는 박종윤, 손아섭을 제외하고 전원 우타자로 타선을 꾸렸다. 원래 이게 베스트 라인업이다.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 패스트볼은, 자연히 우타자들에게는 바깥쪽으로 살짝 꺾인다. 박찬호는 물론 왼손타자에게 주로 컷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오른손 타자들을 속일 요량으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변화구를 던졌다. 아마도 이것 역시 컷 패스트볼로 보인다.
1회초 전준우에게 직구를 던지다 좌중간 홈런을 맞은 박찬호는 2회 들어 본격적으로 변화구의 비중을 높였다. 본래 직구에 강한 롯데 타자들이고, 더구나 경기장이 작은 청주였다는 걸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변화구도 썩 잘 먹혀들지 않았다. 2회 선두타자 박종윤은 마침 좌타자였다. 그러나 변화구를 던져 우중간으로 향하는 2루타를 맞고 말았다.
3회 선두타자 문규현에게도 우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맞았는데, 이때 바깥쪽으로 흐르는 변화구를 던졌다. 컷 패스트볼인지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예리하지 못했다. 박찬호는 이때부터 수비의 도움까지 받지 못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5회에는 조성환에게 안타.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홍성흔에게 2루타를 맞고 5점째를 내준 뒤 마일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총 86개의 볼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46개밖에 넣지 못할 정도로 제구력이 좋지 못했다. 컷 패스트볼을 포함한 슬라이더를 29개 던졌으나 최고구속은 139km였다. 낙차가 적기 때문에 구속이 빨라야 효과를 보는 구질인 만큼 이날 박찬호의 컷 패스트볼은 확실히 효과가 떨어졌다. 박찬호의 직구 최고구속은 149km였다. 오히려 15개를 던진 투심패스트볼이 145km까지 나왔다. 투심을 더 많이 던지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밖에 최고구속 125km의 커브는 10개, 최고구속 133km의 서클체인지업은 11개를 던졌다.
▲ 수비 도움도 못 받았다
이날도 한화는 어설픈 수비로 박찬호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2점을 추가로 내준 3회가 문제였다. 무사 2루 상황에서 김주찬의 번트 타구는 박찬호가 곧바로 잡아내 충분히 타자주자 문규현을 3루에서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3루수 이여상의 3루 커버가 늦어 악송구가 됐다. 이는 박찬호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태그아웃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여상의 재빠른 3루 커버가 아쉬웠다. 그 사이 타자주자 김주찬도 2루로 향해 야수선택이 주어졌고, 후속 조성환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0-1과 0-3이 엄연히 다른 걸 감안하면 경기 초반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장면이었다. 결국 이여상은 5회말 대타 고동진과 교체되고 말았다.
▲ 포수 바뀐 것 영향 받았나?
박찬호는 시범경기서 모든 포수와 호흡을 맞췄지만, 정규시즌 들어서는 대부분 신경현과 호흡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신경현이 허리 통증을 호소해 1군에서 말소됐고, 박찬호는 신경현 대신 최승환과 호흡을 맞췄다. 일전에 한대화 감독은 “최승환이 신경현보다 블로킹이 낫다. 다만, 신경현은 노련한 리드를 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한 바있다. 박찬호는 편안한 리드를 해주는 신경현과 호흡이 잘 맞았지만, 블로킹이 좋은 최승환을 만나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실제 박찬호는 포수의 사인에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최승환과의 호흡에 큰 문제가 없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정구로 사용한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 투심 등이 적지 않게 큰 타구로 연결됐다는 건 경기 후 박찬호-최승환 베터리가 한번쯤 복기를 해볼만 하다. 이래저래 박찬호에게 11일 청주 롯데전은 안 풀리는 하루였다. 3⅓이닝 4실점을 기록한 시범경기 롯데전 부진도 되갚지 못한 채 쓸쓸히 마운드를 떠났다. 4월 12일 청주 두산전 이후 어느덧 1달 가까이 승리를 따내지 못한 박찬호다. 팀은 15-9로 대역전승을 기록했지만, 박찬호는 그대로 1승 2패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 후 박찬호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 경기를 어렵게 끌고갔다. 1회 가운데로 몰린 게 홈런이 됐고 실책이 2실점으로 연결된 것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한국 데뷔 최다 실점을 기록한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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