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뜨거운 투수전이었다.
12일 잠실 삼성-LG전. 2만7천석이 가득 들어찼다. 잠실 구장의 주말 만원 사례는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날 만원사례가 더욱 뜻 깊었던 이유는 바로 재계 라이벌인 삼성과 LG의 경기서 만원 사례가 됐다는 것이다. LG 관계자는 이날 경기에 들어가자마자 2005년 4월 5일 이후 양팀의 잠실 경기가 7년, 날짜로 따지면 무려 2594일만에 매진됐다고 밝혔다. 그만큼 특별한 만원사례다. 마침 이날 선발로 등판한 배영수와 벤자민 주키치가 뜨거운 투수전을 펼쳤다.
▲ 배영수, 아쉬운 경기 초반 컨트롤 난조
배영수는 올 시즌 4경기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특히 2007년 토미존 서저리 이후 꾸준히 시도했던 구속 늘리기가 비로소 5년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모양새다. 올 시즌 배영수는 140km 초, 중반의 직구를 심심찮게 던진다. 다만, 이날 최고구속은 143km에 그쳤고, 대신 컨트롤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경기 초반 컨트롤 난조를 피하지 못해 불의의 실점을 했다. 1사 후 박용택에게 안타와 기습 도루를 내준 뒤 이진영에게 우중간 1타점 2루타를 맞아 실점을 하고 말았다. 경기가 시작된지 겨우 15~20분이 되지 않을 때였다. 그야말로 기습적인 실점을 한 것이다. 이후 박석민의 실책으로 더 큰 위기에 빠졌고 김용의에게 볼넷을 주는 등 흔들렸지만, 서동욱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한 숨을 돌렸다.
위기는 2회에도 계속됐다. 1사 후 오지환과 이대형에게 연속안타를 내줘 1사 1,3루 추가 실점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오지환의 주루사와 박용택의 내야 땅볼로 오히려 배영수의 기세가 살아났다. 투수는 조그마한 변화에 크게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날 배영수에게는 2회 LG의 미숙한 플레이로 단단해질 계기를 잡았다.
3회부터는 탄탄대로였다. 3회에 이병규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이후 김용의를 1루 땅볼로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7회 2사 뒤 오지환에게 좌전안타를 내줄 때까지 12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때 단 4타자에게만 타구를 외야로 보내줄 정도로 위력을 과시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직구 구속은 떨어졌지만, 각종 변화구를 섞으며 맞춰잡는 피칭의 진수를 보여줬다. 결국 배영수는 7회 2사 1,3루서 박용택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총 106개를 던져 스트라이크 68개와 변화구 38개를 섞었다. 이상적인 비율이었다. 이닝당 투구수도 적당했다. 직구 최고구속 143km을 찍었고, 13개를 던진 투심도 139km까지 나왔다. 35개를 던진 주무기 슬라이더도 131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솎이면서 투심을 섞은 볼배합이 돋보였다. 6⅔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2패(2승)째를 당했다. 비록 2연패를 맛봤지만, 배영수는 이날 투구를 통해 완전히 과거의 위용이 살아났음을 다시 한번 알렸다.
▲ 주키치, 장신 위력 여전하네… 5G 연속 QS
주키치는 195cm라는 긴 신장을 자랑한다. 국내 프로야구 투수 중 이정도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선수는 200cm이 넘는 두산 더스틴 니퍼트 정도를 제외하곤 없다. 그런 주키치는 릴리스 포인트가 매우 높다. 그의 투구는 직구라고 하더라도 마치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는 듯한 궤적을 그린다. 삼성 선수들은 일전에 주키치나 니퍼트를 두고 “타점이 높아서 투구가 높게 형성되는지, 낮게 형성되는지 구분이 잘 안 돼요”라고 말했다.
이날도 그랬다. 삼성 타자들은 주키치의 타점 높은 투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직구만으로도 타자가 상대하기에 벅찬데, 컷패스트볼과 커브도 위력적이다. 컷패스트볼은 직구와 큰 차이가 없는 구속에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꺾이는 구질이지만, 커브는 반대로 처음부터 낙차가 크게 형성된다. 타자로선 당연히 상대하기가 어렵다. 그 때문인지 올 시즌 주키치는 이날 전까지 3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 중이었다.
삼성 타선은 최근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지만, 이날 주키치에게 꼼짝하지 못했다. 주키치는 2, 3, 4, 6회에 연이어 안타 1개씩을 맞았으나 모두 산발이었다. 더구나 3회에는 정형식의 라인드라이브로 더블 아웃으로 처리했고, 6회에는 김상수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하는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삼성은 이날 베팅볼 투수로 장신의 채태인을 내세워 주키치의 투구에 최대한 적응을 해보려 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날 주키치는 7⅔이닝 동안 단 95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4승(무패)을 달성했다. 아울러 4월 20일 잠실 SK전 이후 5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고, 이닝당 단 13개 정도의 볼만을 뿌리며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또한, 최근 에너지 소모가 많았던 LG 불펜의 체력을 비축시켜줬다. 팀의 3연패도 끊었다. 가히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주키치는 이날 직구는 단 21개만 던지는 데 그쳤다. 최고구속도 143km을 찍으며 여전한 위력을 과시했다. 대신 최고구속 141km의 커터를 38개 던지며 삼성 타자들을 현혹했다. 여기에 최고구속 132km의 느린 커브를 24개 섞으며 삼성 타선의 타격 타이밍을 완벽하게 흐트렸다. 여기에 투심, 체인지업 등 기타 변화구도 12개를 섞어 던져 완벽하게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그 결과는 시즌 4승이라는 달콤한 선물로 돌아왔다.
[주키치와 배영수.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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