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김재현'이란 이름을 모르는 프로야구 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로 등록됐던 5명의 '김재현' 중 대부분의 팬들이 떠올리는 인물은 1994년 LG에서 데뷔해 2010년 SK를 끝으로 은퇴한 '캐넌히터'가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SK 와이번스 좌타 외야수 김재현. 프로야구 선수 명단에 등록된 5명의 김재현 중 넥센 신인 포수와 함께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2명 중 한 명이다. 현재는 2년 전 은퇴한 '캐넌히터'에 비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그는 조용히 자신의 입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 작은 덩치, 빠른 발로 이겨내다
모두가 기억하는 '캐넌히터' 김재현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고등학교 졸업 당시 프로와 대학팀이 모두 그를 데려가려고 했으며 데뷔 첫 해 20(홈런)-20(도루)을 기록했다.
반면 '대주자' 김재현의 야구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작은 덩치 때문이다. 프로필상에는 174cm 70kg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더 작은 느낌을 준다.
초등학교(방배초) 때만 하더라도 포수를 봤지만 중학교(경원중) 진학 후에는 덩치 큰 포수들에게 밀려 포지션을 외야수로 옮겼다. 또 작은 덩치로 인해 그를 원하는 서울 연고의 고등학교는 사실상 없었고 결국 원주고로 진학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빠른 발이 있었다. 김재현은 빠른 발을 살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좌타자로 전향했고 이로 인해 1루 베이스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더욱 빨라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쇄골뼈가 부러지며 경기에 뛰지 못하는 위기가 오기도 했지만 '1루 베이스까지 제일 빨리 가는 선수'라는 타이틀 덕분에 그는 SK에 지명 받을 수 있었다.
▲ SK가 믿고 쓰는 대주자, 김재현
김재현은 어느덧 프로 7년차를 맞이했다. 하지만 1군 경험은 극히 적었다.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출장한 5경기가 전부. 탄탄한 선수층에 밀려 1군보다는 2군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올시즌 기회가 찾아왔다. 이만수 감독이 "발 하나만큼은 우리팀에서 가장 빠르다. 다른 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빠른 발을 바탕으로 올시즌 출발부터 1군에 머무르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그는 대부분의 경기에 대주자로 나선다. 승부를 판가름 할 중요한 순간에 투입된다. 그만큼 이 감독이 가장 믿는 대주자라는 뜻이다. 때문에 올시즌 안타는 2개에 불과하지만 득점은 7점에 이른다. 도루도 3개를 성공시켜 정근우(5개)에 이어 팀내 2위에 올라 있다. 실패는 한 개도 없다.
▲ "조금씩 조금씩 내 자리를 넓혀가고 싶다"
김재현은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고 1군에 있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속 있다보니까 욕심도 많이 생기고 끝까지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1군에 머물러 있는 사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것들도 많이 겪었다. 퓨처스(2군) 리그에서는 쉽사리 느끼지 못할 팬들의 환호와 함께 그토록 바라던 프로 데뷔 첫 안타와 도루도 기록했다.
김재현은 4월 13일 한화전 연장 11회 데니 바티스타를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렸고 이는 6년간의 기다림 끝에 얻어낸 데뷔 첫 안타였다. 이후 김재현은 정근우의 안타 때 끝내기 득점도 올렸다. 앞서 4월 11일 넥센전에서는 대주자로 나간 뒤 연이은 도루 2개로 빠른 발을 과시했다.
이렇듯 김재현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빠른 발이지만 때로는 타격으로, 때로는 수비에서도 한 몫을 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1군 무대에 서 있는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어렵사리 얻은 기회이기에 자칫 급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백업 자리를 확실히 꿰차고 싶고 도루도 많이 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 또 그 다음해가 되면 주전 자리에도 오르고 싶다. 조금씩 조금씩 내 자리를 넓혀가고 싶다"라고 목표를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팀을 위해 달리는 선수가 되겠다".
[올시즌부터 1군 선수로 도약한 김재현.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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