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미군기지 이전 언제쯤...' 日오키나와 불만 폭발직전
"오키나와 사람은 ‘돼지(豚)’입니까?"
이 문구는 아사히신문이 오키나와(沖繩)현 반환 40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시작한 기획시리즈의 첫 기사 제목이다.
지난해 오키나와 사람을 ‘돼지’로, 본토 일본인을 ‘인간’으로 묘사한 연극 ‘돼지 돼지’를 올린 히가 하루카(比嘉陽花)의 얘기를 통해 오키나와 사람들의 불만과 좌절감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 15일,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27년간 미군정 통치를 받아오던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지 4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일본언론은 오키나와의 현실이 아직도 먹구름 그 자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종합 일간지가 1, 2개 면 전체를 오키나와 문제 특집을 게재했다.
현재 오키나와에는 주일미군 시설의 74%가 주둔해 있다. 미군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도 228㎢로, 오키나와 전체 면적(2276㎢)의 약 10%에 달한다. 때문에 주일미군 재배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미군부대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된 일은 없다.
특히 최근 몇 년동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중부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한 후텐마 비행장 이전문제는 일본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안건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오키나와주민이 원하는 이전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렇듯 74%에 달하는 과도한 미군 시설은 오키나와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주민 평균소득이 일본 전체 평균의 70% 수준에 그칠 정도로 경제활동에서 절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고, 오키나와가 일본영토로 복귀한 이후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성폭행, 절도를 비롯한 미군에 의한 범죄도 5,500건이나 발생했다.
주민들의 불만과 좌절감도 상당하다. 최근 마이니치신문이 현지 언론인 류큐신문과 함께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오키나와 주민 69%가 미군 기지가 이곳에 집중된 것은 '불평등하다'고 대답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3일 자 현지 신문에는 오키나와 주민 5,001명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의견광고를 내기도 했다. 민주당 정권의 후텐마 이전 공약이 실패한 뒤에는 '차별'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기 시작했고, 분노에 찬 주민 일부는 아예 일본본토로부터 독립하자는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15일, 오키나와 현에서 열린 귀환 40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미군부대 주둔 및 관련시설의 재배치를 미군과 지속적으로 논의해가겠다고 약속했으며, 이전되는 기지에 암치료센터를 세우고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확충하는 등 오키나와의 경제발전 프로젝트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오랜 기간 '류큐'라는 지명으로 독립국이었던 오키나와는, 동지나해와 태평양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이중 종속국 시절을 거쳐 1879년 일본에 강제 병합됐다. 그 후 2차 대전 이후에는 27년간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군 지배를 받기도 했다.
김쌍주 기자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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