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이승기, 비로소 왕이로소이다

[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드라마 시작 전 내비친 의욕만큼 성장했다.

24일 밤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이하 '더킹')는 하지원과 이승기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국민과 화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첫 방송 후 수목극 1위를 고수하던 '더킹'은 3위로 출발했던 '적도의 남자'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며 '옥탑방 왕세자'와 엎치락뒤치락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더킹'이 단독 선두를 이어가지 못하자 예능 하차와 맞물려 드라마에만 몰입한 이승기를 향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오갔다.

하지만 '더킹' 종영까지 드라마를 챙겨본 시청자들이라면, 이승기가 이재하란 캐릭터로 한 뼘 더 성장했다는 것에 적어도 의구심을 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경쟁작과 1, 2% 미묘한 시청률 차이였음을 떠나 이승기는 100% 무거운 정치드라마도 아닌 그렇다고 마냥 유쾌 발랄한 로맨틱을 그리지도 않은 까다로운 '더킹'의 중간 점을 찾아 극을 이끌어갔다.

드라마 초반 이승기가 "'더킹'을 하면서 부족함을 알아가고 있고, 많은 배우분과 스태프분들을 통해 연기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알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처럼 회가 거듭될수록 예능인으로 활약했던 국민 남동생 면모는 국왕 이재하의 모습으로 대체됐다.

극 중 그는 천방지축 철없는 남한왕자 이재하를 맡아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를 가르치는 김항아 역의 하지원과 호흡을 맞추며 '하지원의 남자' 반열에 올라도 어색함이 없는 커플연기를 선보였다.

이승기는 초반 능청스러우면서도 뺀질거리는 캐릭터로 얄미운 연기를 펼쳤다. 그동안 자신을 포장했던 엄친아 이미지를 한 꺼풀 벗겨 내며 변신을 시도한 그는 현실을 대변하며 강대국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일침을 가한 대사들로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남과 북의 화합이란 소재를 하지원과의 사랑으로 녹였다. 티격태격하지만 가슴 속 커다랗게 자리잡은 서로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던 그들은 각종 편견과 김봉구(윤제문)의 난관을 깨고 감정을 키웠다. 이승기는 날카로운 눈빛 연기까지 더해 연상연하가 주는 어색함이란 편견을 무색도록 했고, 왕실 근위대 2중대장 은시경(조정석)이 자신을 위해 클럽M 김봉구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선보인 오열연기는 애절함을 극대화해 성숙한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진지하게 때로는 활기차게 이재하로 시청자들을 만난 이승기는 '더킹 투하츠'를 통해 배우라는 수식어에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비로소 가요계와 예능계에서 군림하던 황태자 이승기가 '더킹'이란 성장드라마를 통해 진정한 왕으로 거듭났다.

['더킹'을 통해 성장한 이승기(위)와 이재하를 연기한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방송 캡처]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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