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주자의 홈 쇄도,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삼성 우동균은 25일 대구 SK전서 6번타자와 좌익수로 오랜만에 선발출장했지만, 첫 타석에서 1타점 2루타를 날린 뒤 1사 2,3루 상황에서 이정식의 유격수 땅볼 때 홈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이 골절됐다. 결국 우동균은 당분간 결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위험한 홈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이정식의 타구는 전진수비를 하던 SK 유격수 최윤석의 정면으로 갔다. 정황상 주자가 어떻게 홈 쇄도를 하더라도 아웃타이밍이었다. 더구나 우동균이 슬라이딩을 시도하기 직전 SK 포수 조인성이 볼을 받은 상황이었다. 이때 우동균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하지만, 조인성의 왼쪽 다리에 손과 상체가 강하게 부딪치고 말았다.
분명한 건 홈 쇄도 때 부상 위험은 포수보다 주자가 높다는 것이다. 포수는 각종 보호장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자는 맨몸으로 홈을 파고든다. 우동균이 조인성의 다리에 부딪쳤지만, 조인성은 포수 렉 가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있더라도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포수는 주자의 득점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팔로 얌전하게 태그를 하고 마는 2루, 3루 도루 수비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접전시 홈쇄도를 할 때 주자들은 어지간해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사실 우동균은, 너무 정직하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고 말았다.
▲ 보디체크냐 기지 발휘냐
보통 이럴 경우 주자는 순간적인 고민에 휩싸인다. 포수를 강하게 밀치는 보디체크를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포수의 태그를 피해서 몸을 비트는 등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홈 플레이트를 어떻게든 터치할 것인지 말이다. 사실 안타가 나왔을 때는 수비수들도 중계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자도 잠깐 고민할 여유가 있긴 하다. 하지만, 우동균의 경우에는 내야 땅볼에 홈 쇄도를 하는 상황이라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결국 우동균은 보디체크를 하지 않았다. 사실 몇 년 전 한국과 미국의 홈 쇄도 문화 차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 뒤 국내 지도자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보디체크를 주문하는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선수들은 한국만의 선-후배 문화 등을 이유로 주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답은 없다. 단지, 보디체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주자가 어떻게든 포수의 위치와 자세를 재빨리 파악해 교묘하게 슬라이딩을 해야 했다.
당시 조인성은 두 발을 벌린 자세로 홈 플레이트를 파고들 공간을 둔 상황에서 공을 받은 뒤 우동균에게 태그했다. 정석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우동균이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어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으로 교묘하게 홈플레이트를 쓸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든 조인성을 피해서 슬라이딩을 해야 했다. 그러나 내야 땅볼 상황인지라 우동균에게는 생각을 할 여유가 부족했고, 결국 부상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주자들은 숱한 반복 훈련을 하지만, 여전히 접전 시 홈 쇄도는 쉬운 게 아닌가 보다. 전천후 백업 외야수 1명을 잃은 삼성만 땅을 치게 됐다.
[주루 중인 우동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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