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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칸(프랑스) 배선영 기자] '하녀'(2010)에 이어 '돈의 맛'(2012)으로 두 차례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임상수 감독이 두 번 모두 수상에 실패하고 말았다. 세계적 권위의 칸 영화제 진출만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이기는 하나, 욕심은 끝이 없어 수상에 실패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번이 두 번째인만큼 특히 더.
임상수 감독은 제 6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확정된 이후, 국내매체와 인터뷰에서 수상욕심을 솔직하게 밝혀왔다. "이번에는 안 받으면 서운할 것 같다"고도 말했었다. 내심 기대한 듯했지만 27일(현지시각) 오후 7시15분 시작된 폐막식에서 임상수 감독의 이름은 끝내 호명되지 않았다. 폐막식 직전 임상수 감독은 칸 영화제가 열리는 앙티아제 거리 한 커피숍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와인잔을 기울였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라고 입을 연 그는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런데 이제와 숨어버리는 것이 웃긴 것 같아서"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임 감독은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잘난 척 해놓고 상을 못 탔으니"라며 "호텔 로비에서 (김)강우씨, (김)효진씨, (윤)여정씨 만나 별 말 안했고 서로를 꼭 껴안았다. 그 말 많은 윤여정씨도 아무 말 안했다"라고 배우들과의 분위기도 전했다. 26일에는 22작품의 공식경쟁부문 진출작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상영회를 진행해 자신의 영화를 유럽관객들과 함께 본 임 감독은 "내 영화 보면서 솔직히 말해 이 정도 작품이 황금종려상 타면 안되지 싶었다. 그래도 욕심이 있으니 '운이 좋으면'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다. 뒤는 나쁘지 않았는데 앞은 탁월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그의 작품이 칸에서 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로컬했다. 극중 철(온주완)의 대사도 국내에서는 특정대기업을 떠올리며 긴장감을 가질 수 있고, 윤회장(백윤식)의 대사에서도 고(故)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며 긴장이 되는데 서양사람들에게는 그런 요소가 될 수 없는 로컬한 특징들이다. 어제 보면서 느낀 것은 그래도 나와 호흡할 대중을 위해 영화를 만들어야 하지 내가 티에리 프레모(칸 영화제 집행위원장)를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하녀'도 그랬지만 '돈의 맛'도 칸까지 온 것에 나도 놀랐고 여러분도 놀라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영회 당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백인을 공격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도발한 것에 대해서는 "좀 더 부드럽게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내가 미숙한 것이다. '돈의 맛'에서 백인을 공격한 대사가 나오고 서양의 제국주의 역사를 겨냥한 대목이 등장한 것이 심사위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서양인이 기대하는 것을 만드는 아시안 감독을 경멸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진실이니까 만드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도 살아남아서 만들고 싶을 뿐이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칸 수상이 사실상 불발될 것을 감지하자 "가슴이 답답해 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를 찾은 임상수 감독. 사진= 시너지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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