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8승 21패 1무, 7위로 처진 삼성은 최근 주전들이 연이어 1군에서 말소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1일 간판타자 최형우와 지난해 신인왕 배영섭을 2군으로 보내더니 24일에는 무릎 통증을 호소한 채태인을 2군으로 보냈고, 27일에는 권혁과 권오준, 신명철마저 2군으로 보냈다. 일주일 사이에 투타 주전 6명을 1군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 류중일 감독의 질책 아닌 배려
류 감독은 기본적으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령탑이다. 누구보다 기존 주전들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2달이 흐르자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었다. 특히 최형우는 1군 말소되기 직전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땐 여전히 부진한 성적이었다. 이어 채태인을 시작으로 27일 대구 SK전 직전 권혁과 권오준, 신명철까지 2군으로 보냈다. 다소 부진한 선수들을 기다리다가 팀이 침몰하는 걸 볼 수 없는 선장의 결단이었다.
이들 중 무릎에 통증을 호소한 채태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열흘 뒤 곧바로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류 감독은 실제 이들을 2군으로 보내면서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도 류 감독은 갖가지 이유로 2군에 보낸 주전 선수들을 두고서 “결국, 그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는 식의 말을 남기곤 했었다. 이는 이들의 2군행이 개인 성적 부진에 대한 차원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주전들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2군에서 조정기를 보내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라는 배려라고 볼 수도 있다.
▲ 위기는 기회다
주전 6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삼성은 분명 당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이들 대신 1군에 올라온 선수는 차우찬, 조동찬, 조영훈, 모상기, 이우선, 박정태, 이지영 등이다. 조동찬은 선동열 전 감독 시절부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믿음을 샀고, 차우찬은 류 감독이 여전히 믿는 주축 선발이다. 모상기와 이지영은 타선, 이우선과 박정태는 마운드에서 애당초 삼성의 조커로 꼽혔던 이들이다.
일단 1군에 올라온 선수들에 대해선 믿음을 보내는 류 감독의 성향상 이들은 적극 중용될 것이다. 조동찬은 신명철을 대신해 주전 2루수로, 이우선은 권오준을 대신해 불펜 다목적 카드로, 박정태는 권혁을 대신해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로 뛸 것이다. 모상기는 채태인을 대신해 백업 1루수와 대타로, 이지영은 베테랑 포수 진갑용의 활용 옵션을 늘려줄 것이다.
물론 26일 대구 SK전 막판 모상기와 이지영은 황금 득점 찬스를 연이어 놓쳤고, 27일 대구 SK전서 차우찬은 또 다시 부진한 피칭을 했다. 하지만, 주전 6명이 빠져나갔기에 당장 부진해도 최소 열흘은 이들의 활약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이들 중 절반이라도 이번 주에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칠 경우, 열흘 뒤 돌아올 수 있는 6명과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다소 극약처방으로 팀 분위기를 바꿨기 때문에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가질 때도 됐다. 삼성이 노리는 건 바로 이런 것들이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형우, 채태인, 배영섭, 신명철, 권혁, 권오준]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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