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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가르기 시도, 그 의도 매우 불쾌하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배현진 아나운서가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에서 폭력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배 아나운서는 29일 오후 사내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배현진입니다"란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린 뒤 업무 복귀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배 아나운서는 "103일간의 파업 후, 노조 탈퇴, 방송에 복귀한 후 동료들이 SNS상에 남긴 멘션들이 여럿 기사화 됐다. 저는 분명, 개인적인 고민과 결단에 의해 현업에 복귀하겠다 밝혔을 뿐인데 제 의지보다 더 폭넓은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신 듯 하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그 간의 제 고민에 대해 정직하게 밝히는 글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뉴스 잔류, 하차 여부를 선택할 기회와 겨를 없었다"
배 아나운서는 파업 참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노조에 의해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배 아나운서에 따르면 당시 MBC 보도국 기자회가 제작 거부 농성에 돌입했을 때, 배 아나운서는 보도국 편집부의 '뉴스데스크' 축소 결정에 의해 당분간 뉴스에서 빠지기로 협의했지만 SNS 상에 "사측이 배현진 앵커를 강제 하차시켰다"는 내용의 MBC 노조발 멘션이 확산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 아나운서는 노조 사무실로 문의 전화를 걸었다며 "당시 전화를 받은 이용마 노조홍보국장은 '몰랐다 미안하다. 확인 후 이름을 지워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무수히 RT가 되어버린 뒤였다. 모르는 사이 사측으로부터 탄압받은 여자 앵커가 되었고, 이용마 국장에게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에 제 이름 석자를 동원하지 않아주셨으면 하고 당부드렸다"고 전했다.
배 아나운서는 노조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전체 노조원 939명 중 783명이 투표해 533명 찬성, 15명 무효, 235명 반대 69.4%로 찬성 가결된 것에 대해 "이전 파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찬성률이었지만 이미 가결된 사안이었기에 원칙대로 파업에 돌입해야 했다. 물론 제작거부 기간이었기 때문에 뉴스 잔류, 하차 여부를 선택할 기회와 겨를은 없었다. 이것이 당초 제 거취를 택할 수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선배들이 '여자는 군대 다녀오지 않아 조직 생리 모른다'고 하더라"
배 아나운서는 파업 시점과 파업의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며 "노조 지도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해야하는 지, '뉴스데스크'의 제작 현장에 있었던 제 경험에 비춰 파업의 명분을 재검토 해야 하는지 확실히 해야 했다. 예컨대 파업의 시점과 파업 돌입의 결정적 사유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되지 않은 채 그저 동원되는 모양새는 수긍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배 아나운서에게 선배들이 "입사 후 고속으로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 앉다보니 할 필요 없는 걱정까지 한다. 생각을 간단히 하라. 여자들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아서 조직의 생리를 모른다. 그냥 따라와라"라고 말했다며 "황급했던 파업돌입의 이유 등을 공유할 만한 장이 마련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파업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정치정 중립성에 대해 "특정 진영과 함께 가는 건 아냐"
배 아나운서는 "적극적인 노조 집회 참석을 유보하던 중 집회 참여 압박이 시작됐다"며 "집회에 나가도 마음이 어지러웠다"고 고백했다. 이같은 이유로 배 아나운서는 진보 진영에 치우친 노조의 정치 성향을 지적하며 "공정방송을 지향하기 위해 언론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 이 사실에 누가 이의를 달겠나. 그러나 비단 '진보 인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방송'과 '완벽한 언론 독립'을 기치로 내건 우리였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한 쪽 진영의 인사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은 다소 위태롭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배 아나운서는 한 아나운서 선배에게 "우리가 스스로 실책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 것이라면 다시 일어서는 것도 반드시 스스로여야 한다. 특히 정치적인 힘을 빌리거나 특정 진영과 함께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이 선배가 "보수진영 정치인이나 저명인사들이 우리 파업에 지지의사를 보내준다면 당연히 초청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서 못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선배의 대답은 제 의도를 비껴갔다"며 "진보건 보수건 간에 '이미 자립 의지를 잃은 것인가' 허탈했다"고 고백했다.
"너 같은 아이 파업 끝나면 앵커 절대 못해" 선배가 협박 주장
특히 배 아나운서는 지난 2월 한 아나운서 선배와 만나 파업 참여를 두고 대화를 나눈 사실을 털어놓으며, 당시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배 아나운서는 선배 아나운서에게 "선배님 저 혼란스러워서 제 이름과 얼굴 걸고 당당히 참여하기 힘듭니다. 뉴스 앵커고 공명선거 홍보대사인데 정치적 색채를 가진 구호를 외치거나 그런 성격의 집회 자리에는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보에 사실확인이 명확히 되지 않은 채 실리는 내용들도 영 마음에 걸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선배 아나운서는 "오늘 화가 나서 부른거다. 우리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 사소한 거짓말이나 작은 진실은 덮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너 같은 아이는 파업이 끝난 뒤 앵커고 방송이고 절대 못하게 하겠다. 어떻게든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배 아나운서는 "그런 논리라면 계속해서 진정성에 의심 갖는 제가 이쯤에서 더 귀찮게 묻지 않고 그만 두는 게 맞겠네요"라고 말했고, 선배 아나운서는 "그건 안돼. 그렇게 되면 노조가 안 된다. 그리하겠다면 지금 내가 무릎 꿇고라도 말려야 한다. 휴. 그만 가자. 소화 안 된다"라고 하며 대화를 마쳤다.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서 폭력 행위"
배 아나운서는 "한 달 두 달, 월급을 못 받고 상황이 악화 될수록 조직 안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다. 방송에 복귀한 뒤 '원래 행태', '뒤통수를 치는 구나' 또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 등 자극적인 SNS 멘션들이 같은 회사 동료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도 이런 불안한 심리 상태의 방증이라 생각한다"며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에서도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만한 행위나 이의제기가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배 아나운서는 "민주적 절차를 실천해야 할 노조 내에서 절대로 목격되어선 안 되는 장면이었다. 저 아닌 누구라도 어떤 일에 참여의 의미가 없다 판단될 때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 아파도 이것이 민주주의라 생각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가두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함께 고쳐나가자는 건강했던 마음이 일부 변질되고 있다고 저는 판단했다"고 전했다.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 뿐"
끝으로 배 아나운서는 "다수가 속한 조직에서 나오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파업은 언젠가 끝난다. 상황을 지켜보며 눈치껏 참여하다보면 더 환영받으며 복귀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점점 더 의의를 잃어가고 있는 제가 눈치 보는 것 또한 비겁이라 생각했다"며 "자기 소신에 의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뜻, 존중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 신분은 비노조원인 MBC 아나운서이다. 노조에서 나왔다고 어느 정권 편이니 사측이니 하며 편을 가르려는 시도, 그 의도 매우 불쾌하다. 여전히 제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뿐이다. 진정성 있는 대의명분과 정당한 수단을 이 두 가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한 두려움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배 아나운서는 지난 11일부터 '뉴스데스크'에 복귀했으며, 이와 관련 동료 아나운서들은 SNS 등을 통해 배 아나운서의 결정을 비난했다.
[MBC 배현진 아나운서.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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