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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오타니 료헤이. 그는 이름에서 말해주듯 일본인이다. 한류열풍이 한창인 이때 일본에서 혈혈단신 한국으로 넘어와 배우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그가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이하 '추적자')와 만났다.
극중 대권주자 김상중의 듬직한 행동대장 배상무 역을 맡은 그는 대사는 별로 없지만 존재감있는 모습으로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감있는 극 전개와 손현주, 김상중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에 호평을 거듭하고 있는 '추적자'. 그 안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악역을 도맡은 오타니 료헤이는 대사 한마디 없지만 깊이있는 표정연기와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최근 마이데일리 사옥에서 만난 그는 극중 모습과 다르게 해맑은 모습이었다. 출연작마다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보인 그였기에 그런 웃음이 다소 어색했다. 해맑은 웃음으로 착해보이기만 했던 그는 어떻게 '추적자'에 합류하게 됐을까.
"저도 모르게 제의를 받았어요. 전체 리딩 때 이미지를 보시고 캐스팅하신 것 같아요. 악역을 계속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껴요. 감독님께서 착해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서 악역으로서 강력한 느낌을 줘야하는데 걱정도 많이 됐어요. 그렇다고 나빠보이려고 하진 않아요. 캐릭터에 대한 느낌을 잡고 가면 저절로 그렇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내내 오타니 료헤이가 일본인임이 무색하게 유창한 한국어가 눈에 띄었다. 그의 한국어에 일본인에 대한 인터뷰 걱정은 잠시 잊고 '추적자' 내 역할에 대해 심도있게 질문했다.
"대본이 아직 몇회 안나와 정확히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김상중씨 옆에서 협박하고 재판받는 중학생을 협박하는 그런 역할이에요. 로맨스에 대한 욕심도 있어 감독님께 건의도 했지만 맡은 역할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5일까지 3회분이 방송된 '추적자'는 여타 드라마와 달리 한류스타, 톱스타 없이 연기파 배우만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타니 료헤이가 생각하는 추적자의 매력을 들어봤다.
"연기파라고 불리는 선배들이 많이 나와요. 이야기도 탄탄하고 안정감 있죠. 이미 방송하기 전부터 주위 분들의 평이 좋았어요. 저도 잘 될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드라마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죠. 시청률에 상관없이 즐기는 마음으로 하고 싶어요. 그러면 결과는 좋게 나올 것이라 생각해요."
"전에 악역을 해가면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물론 배역이 비슷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쉬운 것을 살려서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요. 특히 '추적자'는 미니시리즈인데다 큰 드라마이기 때문에 전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대본을 보고 작품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어요."
오타니 료헤이는 극중 대권주자 김상중의 행동대장으로 묵묵히 그의 악행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김상중은 그에게 드라마 속에서는 충성의 대상이었고 현실에서도 본받을 점이 많은 연기 선배였다.
"첫 촬영 때 극중 김상중 선배님에게 인사하는 신이 있었는데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선배님께서 '니가 맡은 역할은 인사 하나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특히 처음에는 강동윤 역에 누가 캐스팅됐는지 몰랐는데 김상중 선배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극중 역할과 매치가 잘 되는 느낌이었어요. 극에서는 냉혹하시지만 실제 선배님은 부드러운 분이세요. 극중 선배님을 지키는 역인데 덕분에 몰입이 잘됐어요."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오타니 료헤이가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로서 인터뷰하는 것이 아닌 친구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 했다. 일본에서 배구선수로 지내온 그는 액션연기에 익숙할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과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강원도 한 호텔에서 첫 촬영을 진행할 때 액션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액션연기에 자신없어요. 운동은 많이 했는데 액션은 잘 안되요. 아마 배구는 연예계에서 제일 잘 할거에요. 초등학교 때 일본에서 배구선수로 생활하며 군대생활과 같이 합숙했어요."
일본에서 배구선수로 활약하던 그. 크지 않은 키 때문에 배구선수에 한계를 느꼈고 우연치 않은 기회에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모델로서 앞만 보고 달리던 그는 배우의 기회도 잡게 됐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에 온 계기는 일 때문에 오게 됐어요. 2004년 한국에 와서 연대세 어학당에서 공부를 했어요. 한국에 2번 정도 왔었는데 올 때마다 무엇인가 인연을 느꼈어요. 가족들은 일본 오사카에 계신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저를 걱정해주시면서도 매일 제 행보를 확인하시고 응원해주세요. 한국팬분들이 저를 알아봐주시고 응원해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한국에서 연기하는 일본인. 한류스타가 팽배하는 현상황에서 오타니 료헤이의 존재는 지극히 흥미로웠다. 연기가 이유없이 재미있다며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그의 말에서 배우의 모습이 엿보였다.
"나이 들어서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저는 일본인으로 대사에 제약도 있기 때문에 매 작품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역할에 충실하고 온몸으로 연기하는 수 밖에 없어요. 드라마에 한 역할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올해 32살의 그는 '추적자' 남자 출연자들 중 막내다. 그러다보니 선배 배우들은 물론 감독으로부터 기대와 조언을 많이 받았다.
"제가 막내다 보니 비주얼적으로 잡아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외국사람인데다 젊은 피다 보니 신비감도 있어야 하고 극의 다양성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하셨어요. 또 김상중씨를 지키는 역할이 '모래시계' 이정재씨 역을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기대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오타니 료헤이.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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