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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 이승기는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를 통해 자신에게 입혀진 배우의 색깔을 진하게 했다.
'더킹' 종영 후 일본에서 부도칸 공연을 통해 팬들은 만난 이승기는 밀린 광고 촬영도 하고 중학교 때부터 선후배였던 친구들하고 차린 축구 팀 경기도 참여했다. 또 오랜만에 개그맨 이수근과 도 만나 축구를 즐기는 등 가수 이승기로, 평범한 청년 이승기로 일상을 즐겼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 여운이 되게 많이 남아요"라는 말로 미처 떠내보내지 못한 '더킹' 속 이재하를 말했다.
"처음인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도 그렇고 배우, 스태프분들도 좋고 그동안 참 많이 친해져서 당분간은 아마 이 드라마의 여운이 있을 것 같아요. 배우들과도 드라마 끝나고 연락하고 있어요. 하지원 씨 뿐만 아니라 조정석 씨, 정만식 선배하고도 했어요. 이순재 선생님이랑은 얼마 전 점심식사도 함께 했어요. 드라마 종방연 때 모르는 스태프분들까지 정말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개인 팬사인회를 여느라 배우들끼리 이야기를 얼마 나누질 못했어요. 아마 다음주 쯤에 이재규 감독님이랑 시간되는 배우들이 다시 모여서 진짜 뒷풀이를 할 예정이에요"
이승기는 개인적으로 이재규 감독과 작품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작품도 굉장히 좋고, 이야기를 끌고가는 영상이나 배우들 연기 디테일을 좋게 표현하는 섬세함에 스토리도 굉장히 신선해 '더킹' 출연에 대한 욕심도 남달랐다.
"이재규 감독님은 드라마를 통해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덕분에 경험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아요"
그는 극 초반 열심히 능청대면서 깐족 진상 왕자 이재하로 변신했다. 이승기에게도 저런 얄미운 면이 있구나를 제대로 알렸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한 두개 정도는 좀 자제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빼고 싶은 장면은 아니지만, '굳이 한 번 더 (항아에게) 상처를 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이야기 흐름상 이런 부분들이 들어가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인간 이승기로서는 너무하다 생각됐지만, 이재하라는 캐릭터로 봤을 때는 일반적인 여자가 아닌 북한과 관련된 남한 왕자로서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적대심이 있을테니까요"
"이재하는 상당히 왕스럽지 못한 캐릭터가 많아요. 초반 밉상같이 보일만큼 깐족대고, 정말 왕으로서 덕목은 아닌데 그런 설정을 보여줌으로써 나중에 국왕으로서의 모습과 연결되긴 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왕, 또 제가 생각하는 왕이 있는 상황에서 이재하같은 왕을 어떻게 시청자분들께 이해시키느냐가 큰 어려움이었죠.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려고 하고, 감정적인 발언도 해결할 능력만 있다면 매력적인 왕 같아요. 딱히 참고했던 지도자는 없어요. 그런 지도자는 세상에 없지 않나요(웃음). 이재하같은 지도자가 있다면 해외 토픽에 날 일이죠. 그냥 대본에 주어진 대로 표현했어요"
이승기는 드라마 첫 대본리딩 현장을 떠올리며 대선배들 앞에서 긴장했던 당시를 말했다.
"그런 기분 처음 들었어요. 세상에 태어나 제일 긴장했어요. 데뷔무대보다 더 떨렸어요. 첫 대본리딩 날 못 들어가겠는 거예요. 그날 제가 제일 늦게 도착했어요. 지각을 한 건 아닌데 스케줄이 끝나고 가장 마지막에 들어갔어요. 죽겠더라고요. 딱 앉았는데 앞에는 하지원 씨, 윤제문, 성민이 형, 다들 너무 잘하는 거예요. 리딩을 개인적으로 망쳤어요. 작가님이랑 2시간 면담하고, 캐릭터 다시 이야기하고..정말 처음에 엄청 긴장했어요"
이런 그의 긴장은 극 초반까지 이어갔다. 이승기가 드라마 종영 후 아쉬움이 남는 이유도 그러하다.
"초반 장면은 다 아쉬움으로 남아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상대가 하지원 선배고,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잘하려다 보니 힘이 들어갔어요. 힘빼고 자연스럽게 할 수도 있었는데 대사 한 줄 한 줄을 다 정성스럽게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연기를 호평으로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래도 이승기는 중반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힘이 풀어지는 걸 느꼈단다. 계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어느순간 '어 풀렸다'라는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시기적으로 봤을 때는 윤제문 선생님과 독대신을 찍은 다음같아요. 대본이 아닌 예상치못한 다른 감정이 치고 올라온 다는 것을 처음 느껴봤어요. 그 신 찍으면서 둘이 몇번 울었어요. 우는 장면이 아닌데 눈물이 나왔어요. 저도 열받고 감정에 복받쳐 울고, 윤제문 선배도 엄청 깊은 광기로 눈물 닦으면서 촬영했어요. 한번도 내가 생각한 감정으로 바운더리 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그냥 몸을 맡기다보니 이런 감정이 치고 올라오는 구나'를 느꼈어요.
"기대하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기대이상이었어요. 성격도 좋으시고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풀샷이든 투샷이든 본인이 안나오는 장면이든 연기를 똑같이해주셔서 상대배우가 감동을 받아요. 덕분에 내 연기도 몰입이 잘되고 감정이 잘 올라오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국보급 배우같아요"
이승기는 '더킹'을 말하는 내내 극 중 이재하로 돌아갔다. 인터뷰를 하는 순간마다 그에게 야무지고 때론 귀여운 남조선 왕제 이재하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이재하를 떠올리는 이승기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더킹'을 통해 성장한 이승기.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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