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득점 찬스에서 자주 나오는 병살타는 경기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다. 한 순간에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만큼 해당 이닝이 허무하게 끝날 가능성도 많다. 그래서 병살타를 친 타자는 보는 이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병살타를 많이 쳤다고 해서 그 타자의 타격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좋은 타격을 하는 타자일수록 병살타를 더 많이 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역대 최다 병살타 순위를 살펴보면 내노라 하는 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홍성흔(롯데)-김동주(두산)-안경현(SK)-양준혁(삼성)-정성훈(LG)이 그들이다. 마해영(롯데)-장성호(한화)-박재홍(SK)-김한수(삼성)-김민재(한화)가 6위부터 10위까지 뒤를 잇고 있다. 한마디로 병살타가 많은 타자들은 모두 강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일 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은 23개로 2004년 김한수가 기록했다. 당시 그는 타율 .271 16홈런 135안타 84타점으로 활약하며 타점 부문 8위를 차지했다. 또 2011년 이대호(타율 .357 27홈런 176안타 113타점), 홍성흔(타율 .306 6홈런 145안타 67타점)과 2003년 마해영(타율 .291 38홈런 146안타 123타점)은 해당 시즌에 병살타를 무려 22개나 때렸다. 2003년 시즌 안경현(타율 .333 10홈런 158안타 72타점)이 친 병살타가 그 다음으로 많은 21개다. 병살타를 많이 친 시즌이라고 해서 다른 해보다 부진하기는 커녕 오히려 베스트 시즌을 보낸 경우도 많다.
지난 10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KIA의 경기에서는 결승 투런포로 승리의 주역이 된 김주찬이 6회말 무사 1루에서는 병살타로 물러나기도 했다. 물론 경기에서는 병살타를 많이 친 팀이 경기를 어렵게 가져가기도 하지만 타자만 놓고 봤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강한 타구를 날리는 선수들이 오히려 병살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살타는 강한 타구가 내야 수비의 정면으로 향했을 때 주로 나온다. 타구가 빠를수록 수비 입장에서도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타구를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보낼 수 없는 이상, 좋은 타구를 많이 쳐낼 수록 병살타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병살타를 아쉬워할 수는 있어도 두려워하거나 자책하는 경우가 드물고, 병살타를 친 타자를 책망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병살타는 잘못했거나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라 강타자가 되기 위해 확률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역대 가장 많은 병살타를 쳐낸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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