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기자] 정승구 감독의 영화 '아부의 왕'은 웃음 속에 현실을 녹여내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아부의 왕'은 융통성 제로의 순수남이자 아부계의 새싹 동식(송새벽)이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를 만나 진정한 아부의 왕으로 거듭나기까지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로, 애드리브의 제왕 성동일과 '위험한 상견례' 이후 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송새벽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예고편 속 능청스러운 성동일과 어눌한 송새벽, 유쾌한 아부 비법 전수 과정 등이 공개되며 올 여름을 강타할 코미디 영화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뚜껑을 연 '아부의 왕'은 웃음을 지녔지만, 그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융통성 제로인 송새벽이 처하는 상황들은 소시민의 애환을 오롯이 담고 있다.
아버지의 교장 승진을 위한 선물 구입 때문에 사채를 빌려 쓴 어머니, 소신을 지키며 살지만 만년 교감에 꽉 막혔다는 평가를 받는 아버지, 눈치 없이 정석대로 살아가려다 영업팀으로 쫓겨나는 송새벽 등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한 번 쯤은 볼 수 있을 법한 사실적 인물로 분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약삭빠른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기만 할 뿐이고, 이런 상황은 영화 속 웃음코드로 작용한다. 더듬대는 말투와 소심한 성격의 송새벽이 혀고수 성동일의 지도 아래 '아부의 왕'으로 거듭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안긴다.
하지만 살기 위해 '아부의 왕'으로 거듭난 송새벽을 왜 가까이 두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재밌잖아 살려고 아등대는 꼴이"라고 답하는 이병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무겁고 어두운 것은 아니다. 송새벽과 성동일의 코미디 조합은 '역시'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귀여운 모습 대신 카리스마 사채업자로 분한 고창석 역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김성령 또한 성동일과 합을 맞추며 제 역할을 톡톡해 해낸다.
'아부의 왕'은 영화 말미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마지막 카메오로 등장하는 스타병에 걸린 차승원과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애 태우는 장항준 감독의 모습은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러닝타임 118분. 15세 관람가. 오는 21일 개봉.
[영화 '아부의 왕' 스틸컷.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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