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민규동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그럴 수밖에. '내 아내의 모든 것'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35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으니. 인터뷰를 한 지난 8일 그의 건강은 썩 좋지 못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거푸 물을 마시며 불편한 목을 쉴 새 없이 놀려 영화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 비결을 들어, 민규동 감독은 "낙관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저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을 허문 경우인 것 같고,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세 배우 모두 코미디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우였는데 다재다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가 됐죠. 앞으로 이들이 코미디를 바로 하지는 않겠지만 한참 뒤 또 코미디와 만났을 때가 기대 돼요. '내아모'는 그렇게 모두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서 좋은 경험이 됐어요. 과정은 힘들고 늘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힘겹게 달려왔지만, 만약 스스로 낙관만하고 자신감만 넘쳤다면 이런 앙상블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자세를 겸손하게 낮추고 자만하지 않으려고 애쓴 결과에요."
결과가 좋았으니 이제는 한숨을 돌릴만 하다. 민규동 감독은 류승룡이 연기한 장성기, 나아가서는 그의 장성기를 들어 "앞으로 어떠 카사노바 캐릭터가 나와도 장성기의 아류일, 완전히 새로운 넘볼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또 임수정이 연기한 연정인에 대해서는 "주로 우리 사회는 남성들이 독설을 하는 시대인데, 나꼼수나 진중권이 한 예가 될 수 있죠. 공지영 씨도 전 착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늘 비수를 날리는 선두에 선 사람들은 남자였죠. 그런데 그 독설을 여자가 하면서부터 뭔가 기존 여성 캐릭터에서 한 발 더 나가는 인물이 됐으면 했고 그러면서도 매력을 잃지 않는, 아줌마스러우면서도 싫어할 수 없는 캐릭터를 그리려고 했어요"라고 전했다.
임수정의 연정인 역시 민규동의 연정인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프랑스에서 영화공부를 한 그의 취향이 연정인으로 향한 것도 당연했다.
그의 차기작이 기대된다는 식상한 말은 덧붙이지 않겠다. 그는 영화를 자주 하지 않기에 한 번 할 때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는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6개월에 한 번씩은 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내아모' 같이 첫 번째 재미있고, 두 번째 스스로를 돌이키게 만드는 영화라면 6개월에 한 번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나와도 또 보고 싶을 것이다. 쫀득한 멜로이거나 그의 이름을 알려준 '여고괴담'과 같은 호러물이거나, 혹은 SF장르라도 상관없으니 또 한 번 장성기나 연정인 같은 캐릭터들이 튀어나와 우리를 간질여줬으면 좋겠다.
[민규동 감독. 사진=곽경훈 기자kphoto@mydai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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