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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스타 원하는 시청자와 방송사…제작비는 우후죽순 오르고, PPL밖에 방법이 없어”
배우 하지원과 이승기가 주연한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가 과도한 PPL(간접광고)로 파문을 겪은 뒤, 결국 방송통신심의원회로 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더킹 투하츠'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46조(광고효과의 제한), 제 51조(방송언어) 위반으로 주의 제재를 내렸다.
'더킹'은 여자 주인공이 신은 협찬사의 운동화, 남자 주인공이 먹는 협찬사의 도넛 등을 인지 가능한 수준으로 노출한 점을 지적 받았다. 또한 어린 학생들이 큰 소리로 "새끼", "눈깔아" 같은 비어를 사용하며 싸우는 장면 등을 방송한 것도 이번 주의 제재의 이유가 됐다.
‘더킹’은 방송분에서 과도한 PPL로 극에 상처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시청자들은 과도한 PPL을 한 이 드라마에 ‘던킹 돈허츠’라는 불명예스런 명칭까지 선사했다.
물론 지상파 드라마가 PPL로 문제가 된 것은 ‘더킹’이 처음은 아니다. ‘괜찮아 아빠딸’, ‘내사랑 내곁에’, ‘하이킥3’ 등 다양한 작품들이 과도한 PPL로 징계를 받았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은 왜 이런 PPL을 하는 것일까? 당초 PPL은 케이블 방송사 등에서는 오랜 기간 제작비 조달에 이용돼 왔지만, ‘공익성’을 우선하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실제로 배용준이 출연 및 제작할 것으로 화제가 됐던 ‘신의 물방울’은 PPL 규제로 제작이 좌절된케이스다.
배용준 소속사 키이스트는 지난 2008년 8월 일본 작가 아기 타다시의 원작 ‘신의 물방울’의 한국 드라마 판권을 구입해 드라마 제작을 할 계획이었다.
원작자 아기 타다시 또한 배용준의 열성적인 팬으로 주인공의 맞수인 ‘토미네 잇세’를 배용준을 모델로 만들어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신의 물방울’은 PPL로 드라마화가 좌절됐다. 작품의 특성상 유명 와인의 실명을 거론해야하는데, 당시 드라마에서 간접 광고를 규제하고 있는 국내 실정상, ‘로마네콩티’, ‘샤또마고’ 등 유명 와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게 불가능했다.
이런 PPL규제는 2009년작 ‘아이리스’를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된 ‘아이리스’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 PPL도입의 선구자적 존재였다. 당시 ‘아이리스’는 기아자동차로부터 신차 K7 등을 제공 받았다. 기아 자동차의 회사 로고만을 노출시키지 않았지 사실상 방송 전반에 자연스럽게 PPL을 녹여내 광고주와 제작사가 윈-윈한 사례로 꼽힌다. 당시 광고주인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드라마 한편으로 130억원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방통심의위에 간접광고 문제로 제재를 받은 사례가 2010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점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제작사들은 왜 PPL을 하게 될까? 이는 방송제작환경 전반의 변화에 기인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방송사 드라마 외주제작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경쟁이 치열해 졌다. 지상파 방송사와 작품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더 급이 높은 스타를 출연시켜야 하고, 인기작가를 내세울 수 밖에 없다. 이런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제작이 늘어나면서 제작비는 엄청나게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작품 관련해 받는 수입 증가는 이런 제작비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해외판매 혹은 자체 PPL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PPL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 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울며겨자먹기로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런 방송 관계자들의 고충만큼 광고 관계자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한 유명 광고 대행사 관계자는 “드라마의 PPL관련해 광고사에 시청자들이 비난을 많이 하는데, 광고주들 또한 광고 효과를 보고 PPL을 진행한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 관련 PPL 단가는 이전과 달리 크게 상승했다. 일부 케이블 방송사에서도 회당 6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경우 광고주 입장에서는 들인 비용만큼의 광고 효과를 봐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고 실정을 전했다.
광고 관계자는 “이렇다 보니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PPL에 대한 효과를 보고자 요구를 하고, 대행사 입장에서는 무리하다 싶은 부탁을 할 때도 있다”며 “우리도 시청자 입장에서 노골적으로 PPL 논란이 불거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도한 PPL 비용을 요구하는 제작사 및 방송사도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요즘 드라마 제작 환경은 영화의 그것과 필적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스타를 캐스팅하고 인기작가의 작품을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게 방송가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PPL은 땔 수 없는 공생관계다.
시청자의 높아진 눈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를 늘리기는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더킹’의 PPL 논란은 관심작품이 뭇매를 맞은 사례일 뿐이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과도한 PPL로 징계를 받은 ‘더킹 투하츠’(위), PPL규제로 제작이 중단된 日만화 '신의 물방울 1권 표지', 아이리스에 등장했던 기아자동차 K7과 주연배우 이병헌. 사진 = MBC방송화면 캡쳐, 학산문화사 제공, 기아자동차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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