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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네덜란드가 유로2012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프의 메탈리스트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12 B조 2라운드에서 1-2로 패했다. 지난 10일 치른 덴마크전 충격패(0-1)에 이은 2연속 패배다. 승점 0점의 네덜란드는 조 최하위로 처졌고 8강 자력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대회를 앞두고 ‘죽음의 조’로 불린 B조에서 네덜란드의 8강행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호날두 의존증에 시달리는 포르투갈의 탈락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네덜란드의 문제점이 더 심각했다. 2년 전 탄탄했던 수비는 힘을 잃었고 최전방은 의미없는 슈팅만 난사했다.
이번 유로2012에서도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변화보다 안정을, 파격보다 실리를 택했다. 전술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더블 볼란티(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동한 4-2-3-1 포메이션이 가동됐다. 선발 명단에서도 왼쪽 수비수 판 브롱크호스트(은퇴)만 빠진 상태다.
덴마크전 패배의 원인은 형편없는 골 결정력에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판 페르시를 비롯해 로벤(바이에른 뮌헨) 스네이더(인터밀란) 아펠라이(바르셀로나)가 버틴 공격진은 덴마크의 밀집 수비를 상대로 28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끝내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사실 수비도 문제였다. 결승골로 연결된 1실점이 전부였지만, 그 한 방이 치명적이었다. 더블 볼란티로 나선 반 봄멜(PSV아인트호벤)과 데 용(맨체스터 시티)는 4백을 보호하지 못했고, 4백 수비진은 한 번의 페인트에 무너졌다. 그리고 이 문제는 독일전에서도 네덜란드의 발목을 붙잡았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똑같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2’에 해당하는 네덜란드 더블 볼란티의 활동 폭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활동량이 부족했고, 공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벌어진 건 이 때문이다.
반면 독일의 더블 볼란티를 구성한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와 케디라(레알 마드리드)는 전형적인 박스 투 박스(활동폭이 큰 미드필더) 형태의 움직임을 보였다. 케디라는 스네이더를 견제함과 동시에 공격 가담에도 나섰고 슈바인슈타이거는 상대 미드필더가 한쪽으로 쏠렸을 때 빈 틈을 노렸다.
이는 두 팀의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 고메즈의 두 골이 더블 볼란티 싸움에서 갈렸기 때문이다. 전반 24분 고메즈의 선제골 당시, 데 용은 측면으로 이동한 외질(레알 마드리드)을 쫓았고 반 봄멜은 케디라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때 슈바인슈타이거는 중앙에서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았다.
전반 38분에 터진 두 번째 골도 비슷했다. 이번에도 데 용은 외질을 마크하기 위해 자리를 이탈했고 반 봄멜은 슈바인슈바이거를 압박하지 못했다. 슈바인슈타이거의 움직임은 매우 영리했다. 빈 공간을 잘 찾았고 정확한 패스로 골 찬스를 제공했다. 네덜란드의 중원은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일대일 상황에서 너무 쉽게 고메즈를 놓친 네덜란드 4백 수비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독일의 뢰브 감독은 경기 후 “네덜란드 수비수 일대일에서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점을 노렸고, 고메즈가 두 골을 터트렸다”며 상대 약점을 노린 전술의 승리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패배가 준 교훈은 간단하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비가 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데 용은 외질을 막는데만 정신이 팔렸고, 반 봄멜은 에너지가 부족했다. 또한 수비 가담이 적은 스네이더도 한 몫을 했다. 네덜란드의 수비가 붕괴된 이유다.
[네덜란드.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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