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쉬고 싶어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네요.”
남자농구대표팀 이상범 감독은 요즘 국내 농구 지도자들 중 가장 스트레스가 심하다. 18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이 감독은 “드디어 이틀 뒤 출국이다. 내일 안양에 가서 짐을 싸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자대표팀은 20일 올림픽 최종예선을 위해 장도에 오른다. 지난 15일 출정식을 치른 대표팀은 20일 오전 푸에르토리코로 날아가 현지 프로팀들과 연습 경기를 가진 뒤 30일 결전의 장소인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빡빡한 일정이다.
대표팀이 푸에르토리코로 날아간 뒤로부터 이 감독의 두뇌회전 수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베스트라인업은 대충 확정됐다. 교체 멤버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한 이 감독은 현재 대표팀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부상 중인 오세근의 활용방법도 푸에르토리코에서 최종 결정할 뜻을 내비쳤다. 이 감독은 “아파도 20분 정도는 기용해야 한다. 언제 투입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최근 푸에르토리코에 도미니카공화국도 평가전을 위해 날아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력 숨기기와 더불어 탐색전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대표팀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어떻게든 도미니카공화국의 정보를 최대한 캐내야 하고, 반대로 우리의 전력은 꽁꽁 숨겨야 한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대표팀이 조별리그 1승을 노리는 상대인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출국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감독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감독의 스트레스는 대회가 끝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만약 대표팀이 바늘구멍을 뚫고 최종예선에 걸린 3장의 티켓 중 1장을 따낼 경우 이 감독은 본격적으로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소속팀 안양 KGC까지 두집 살림을 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대표팀에 중점을 둬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이 감독은 KGC에 대한 걱정도 버리지 못했다. “아직 용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을 잡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KBL의 차기 시즌 용병 트라이아웃이 오는 7월 23일~25일에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다. 이 감독은 최종예선이 끝난 뒤 선수들과 함께 귀국하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날아갈 계획이다. “현지에서 프로-아마추어 캠프가 있다. 국내 지도자들도 많이 간다”라며 미국 현지에서 용병 정보 수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어 귀국하자마자 8월 중순에는 열흘간 KGC를 이끌고 대만 존스컵 대회에도 참가한다. 이 감독은 “그때 처음으로 국내-용병들간의 호흡을 맞춰야 한다. 다음 시즌도 시즌을 치르면서 조직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알고 보면 이 감독의 2012년 일정은 매우 빡빡하다. 지난 4월 6개월간의 2011-2012시즌 대장정을 마감하는 KGC의 챔피언전 우승 후 각종 우승 축하연에 참석했고, 지인들과의 술자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후 곧바로 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합숙훈련 지휘에 들어간 이 감독은 대표팀 일정 직후 용병 선발을 시작으로 존스컵 참가를 마치면 9월이 된다.
KBL 2012-2013시즌 개막일이 10월 13일이다. 오는 20일 출국 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시기엔 곧바로 차기 시즌 6개월 대장정에 돌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니 이 감독이 “쉬고 싶어도 쉴 시간도 없고,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네요”라고 하소연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할 수 있다”라며 호루라기를 잡고 선수들 훈련 지휘에 나섰다. 2012년 한국 남자농구의 명운을 짊어진 이 감독의 숙명이다.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상범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