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웃긴 영화들이 충무로를 접수했다. 올해 흥행한 영화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코믹 코드가 녹아 있다는 것.
올해 들어 3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는 '댄싱퀸',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총 5편이다. 제목만 들어도 전혀 다른 장르임을 알 수 있는 이들 영화는 '부러진 화살'을 제외하곤 모두 웃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이다. 이 영화 흥행의 일등공신은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 역으로 출연한 류승룡이다. 그의 국적과 연령을 뛰어넘는 카사노바 언행은 오버스럽지만 유쾌함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했다. 넉살좋은 모습에 여성 관객은 물론 남성 관객 또한 웃음을 참지 못했고, 일부 관객은 영화가 끝난 후 무대인사에 등장한 그의 모습만으로도 폭소했다.
30대가 된 주인공들의 첫 사랑을 다룬 영화 '건축학개론'은 멜로라는 장르상 코믹과 거리가 멀어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 20세 승민(이제훈)의 친구이자 어설픈 연애 코치 납뜩이(조정석)가 윤활유로 작용해 아련함의 완급을 조절했다. 납뜩이는 아련함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질 때쯤 적재적소에 등장해 감정적으로 쉴 텀을 제공했다.
최민식의 허세 가득한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한 '범죄와의 전쟁' 역시 마찬가지며 서울시장 후보 황정민이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선보이는 유머러스함이 돋보인 '댄싱퀸' 또한 코믹 코드를 잘 버무려 무겁지 않은,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거듭났다.
실제 한 영화 관계자는 "유독 올해 심각하거나 무거운 영화들의 경우 흥행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흥행된 영화를 보면 소재가 무거워도 가볍게 풀어낸다. 소비자들도 그 쪽에서 티켓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 중 눈길을 끌고 있는 작품 역시 코믹을 절묘하게 녹여낸 것들이다. 아부를 감성영업으로 그려낸 성동일, 송새벽 주연의 '아부의 왕', 박진영의 스크린 도전작 '5백만불의 사나이' 등도 깨알 웃음을 예고하며 "2시간 동안 웃다 돌아가세요"라고 관객 유혹에 나선 상태다.
대놓고 웃기거나 아니면 웃긴 캐릭터로 영화에 숨을 불어넣거나. 올해 충무로를 이끄는 영화 대부분 이 공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 한국영화는 누아르,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를 뛰어넘어 '웃음'이 영화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류승룡. 사진 = 영화사 집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