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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8강전은 피를로(유벤투스)의 경기였다. 120분을 지배한 그는 승부차기에서 환상적인 파넨카 킥으로 잉글랜드를 무너트렸다.
이탈리아는 25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위치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12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2로 승리했다. 골대 불운 속에 잉글랜드의 밀집 수비를 뚫는데 실패했던 이탈리아는 피를로와 부폰(유벤투스)의 활약에 힘입어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프란델리 감독의 이탈리아는 스리백이 아닌 포백의 4-3-1-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중원에선 피를로가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했고 데 로시(AS로마)와 마르키시오(유벤투스)가 살림꾼 역할을 맡았다. 몬톨리보(AC밀란)는 부상으로 결장한 모타(파리생제르맹)를 대신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최전방은 ‘악동 듀오’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와 카사노(AC밀란)의 몫이었다.
호지슨 감독의 잉글랜드는 1-0으로 승리했던 우크라이나와의 조별리그 3차전과 똑같은 베스트11을 가동했다. 웰백과 루니(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투톱을 이뤘고 제라드(리버풀)와 파커(토트넘)가 중원에 포진했다. 측면과 중앙의 간격이 좁은 4-4-2 포메이션이었다.
전술적인 관점에선 너무도 평범한 경기였다. 영국의 축구전술 칼럼니스트 마이클 콕스도 “매우 단순한 경기였다. 전술적인 변화도, 흐름을 바꿀 교체도 없었다. 120분 동안 양 팀은 한 가지 시스템으로 충돌했다”고 평했다. 그의 말대로 경기는 이탈리아가 지배하고 잉글랜드가 반격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36대9의 슈팅 숫자가 모든 걸 증명한다.
이탈리아의 키 플레이어는 피를로였다. 그는 155차례 볼 터치를 시도했고 6번의 득점 찬스를 제공했다. 아주리 군단의 모든 길은 피를로를 통해 열렸다. 과거 AC밀란 시절 그랬듯 피를로는 4백 앞에 위치하지만,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전방이 아닌 후방에서 활동하는 플레이메이커다.
헌데 잉글랜드는 피를로를 견제하는데 실패했다. 4-4-2(혹은 4-4-1-1)의 잉글랜드에서 피를로와 겹치는 선수는 처진 공격수로 나선 루니다. 하지만 루니는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 잉글랜드의 전술에 부합하지 못했다. 그는 혼자서 너무 많은 역할을 하려고 했다. 그로인해 루니는 최전방과 미드필더 사이에서 표류했다.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 잉글랜드의 시스템상 루니는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와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마이클 콕스는 “루니는 전술적인 규율이 부족했다. 잉글랜드는 2009-10시즌 밀란을 상대로 피를로의 발을 묶은 박지성이 필요했다”며 아쉬워했다.
박지성의 맨유 동료인 퍼디난드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피를로는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산시로(밀란 홈구장)에서 피를로를 상대로 맨마킹의 진수를 보여줬다. 당시 피를로는 박지성을 꿈에서도 봤을 것”이라며 잉글랜드에 박지성 같은 선수가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사실 잉글랜드에서 박지성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루니다. 그의 엄청난 활동량은 박지성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박지성처럼 한 가지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호지슨 감독의 선택은 아쉬움이 남는다. 필 존스(맨유), 밀너(맨시티), 파커 등을 박지성처럼 전진배치 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잉글랜드가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그들에겐 실력보다 운이 필요한 경기였다. 승부차기에 접어들고, 몬톨리보가 실축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잉글랜드에게 운이 따르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는 결국 한 수 위의 실력을 선보인 이탈리아의 승리로 끝이 났다.
[2009-10시즌 AC밀란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친 박지성. 사진 = gettyimagekor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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