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충격적이다. 한국 구기종목의 효녀 노릇을 톡톡히 했던 여자농구가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1일 (이하 한국시각)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일본과의 패자부활전서 완패하며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예선 1승 1패, 8강 토너먼트 2패.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에 걸린 올림픽 티켓은 5장이었다. 애당초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올림픽 5회 연속 출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최종예선에 참가한 12팀 중 상위 5팀에 출전권을 주는 것이니 FIBA 랭킹 9위의 한국으로선 자신감을 가질 법도 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FIBA 랭킹은 허상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서 한국다운 경기를 전혀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높이가 낮지만, 악착 같은 수비와 빠른 공수전환, 고비 마다 터지는 외곽슛이 최대 장기다. 그래도 4경기를 치르며 한국은 일본전을 제외하면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건 충격이었다. 사실 일본전서 리바운드가 32-31로 앞섰지만, 이미 승부가 갈린 후반전서 전세를 역전한 것일 뿐이었다.
공격에서도 한국 특유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나오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타이트한 맛이 덜했다. 발 놀림은 둔했고, 실책은 쏟아졌다. 속공은 자취를 감췄다. 이러니 경기가 제대로 풀릴 리가 없었다. 그나마 모잠비크전서는 상대가 기본적인 조직력이 강하지 못했기에 가까스로 이길 수 있었지만, 크로아티아, 프랑스전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일본전서도 이러한 문제는 반복됐다. 아니, 일본의 철저한 준비 속에 제대로 한 방을 얻어맞았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예선서 일본에 승리했다. 당시의 일본과 이번 대회의 일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최종예선서 신예 센터 마미야가 두각을 드러냈지만, 가드 오가를 위주로 공격을 풀어가는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최종예선서 눈에 띄게 조직력이 좋아졌다. 한국전만 보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한 티가 났다. 한국인 정해일 코치를 벤치에 앉힌 일본은 한국의 모든 것을 읽고 있는 듯했다.
반면 한국은 출발부터 꼬였다. 기나긴 2011-2012 시즌을 끝내고 몸 상태가 100%인 선수가 드물었다. 이미선, 박정은, 김단비, 이경은 등은 결국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고 하은주와 이연화는 런던에 왔지만, 힘을 보태지는 못했다. 남아 있는 선수들이 고작 1달 정도 태릉선수촌에서 손발을 맞췄다.
사실 다른 나라들도 각국 리그를 마치고 급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부상자도 더러있었고, 대회 일정이 빡빡한 것도 동일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한국과 체격조건이 흡사한 일본 선수들은 펄펄 날아다니는데 한국은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체력이 일찍 떨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을 해볼 때다.
농구계의 협조도 부족했다. 누구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대표팀 구성과 준비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도 올림픽 무대 진출이 쉬운 게 아닌데, 그럴 시간에 분열만 일어났다. 선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농구협회와 농구인들 사이에서 온갖 잡음이 일어났는데, 지원이 옳게 될 리가 없었다. 일본이 올림픽 진출을 위해 칼을 가는 사이 한국은 그 흔한 지방 전지훈련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여자농구가 위기다. 신세계 해체 후속 대책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이런 가운데 여자농구대표팀이 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는 충격까지 더해졌다. 대표팀의 귀국 후 여자 농구계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건 불 보듯 뻔하다.
그래도 꼬인 실타래는 풀어야 한다. 어쩌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지금이 기회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찾아내야 해결책이 명확해진다. 올림픽 티켓 획득에 왜 실패한 것인지 철저한 분석과 반성, 나아가 여자농구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말만 위기가 아니라, 무언가 실질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한국여자농구에 7월의 첫날 새벽은 잔인하기만 하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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