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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지난 9년을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배우 이하늬(29)는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됐다. 2010년 출연한 한 요리프로그램에서 고기를 씹는 장면이 방송됐고 뒤늦게 이를 지적한 글이 인터넷을 떠돌다 기사화가 됐던 것이다. "제작진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먹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뱉었다"라고 이하늬 측이 해명했지만 여전히 그의 채식주의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쨌든 이효리로 시작된 채식주의자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이하늬의 논란을 통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4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하늬를 만나 '채식주의'로 살아온 인생의 단편들을 들어보았다.
-한국이 채식하기 좋은 나라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가요? 네. 하긴 미국만 가도 다양성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많아요. 어떻게 보면 소수일 수 있는데 소수가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이 많아요. 제가 비건베이킹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선 아무래도 제약이 있죠. 그런데 미국에선 정말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 많아요. 저는 사실 비건(완전한 채식주의자로 유제품과 꿀도 먹지 않는다)은 아니고 페스코(유제품과 해산물은 먹는 채식주의자)에요. 그런데 동생이 비건이라 버터 안들어간 초코렛, 라이스 밀크, 아몬드 밀크 등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을 보면 다 한국에 가져오고 싶죠.
- 채식주의자라 하면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요즘은 (이)효리 언니 덕분에 채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진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예전에는 '뭐가 그렇게 잘나서 까다롭게 구냐'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었죠. 제가 이번 논란 때문에 그런 것(댓글)을 안 읽다가 보게 됐는데 마치 제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보려 채식을 한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전혀 그런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처음 시작할 때는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어요. 제가 처음으로 소극장 뮤지컬 공연을 했을 때 제가 새로 왔다고 탕수육을 시켜주신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 대접문화가 고기다보니까 그런 일이 자주 있는데 그럴 때 '저 고기 못 먹어요' 하면 별스럽다고 생각하죠. 분위기도 싸해지고. 그러니 제가 뭘 이걸 통해 어떤 이미지메이킹을 해보겠다 그런 건 아니에요.
요리프로그램을 하게 된 것도 처음에는 여러 셀렙들이 나오는 요리프로그램을 제안받아 시작한 것이었어요. 그러다 제 레시피에 고기가 없으니 차라리 비건 레시피로 명명해 해보자고 제안하셔서 '나쁘진 않겠다' 생각하면서 시작하게 된 거에요. 제가 페스코이긴 하지만 상징적으로 하다보니 비건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된 것이고요. 이 외에 제가 채식을 한다 대대적으로 홍보해본 적도 없고 오히려 근래 들어서 효리 언니와 방송을 같이 하면서 저는 제 주변에 생각보다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어요. 정말이지 효리 언니한테는 다시 고마워요. 그 전에 까다로운 사람들이나 하는 것들로 인식된 채식이 트렌디하면서도 동물보호, 자연보호적인 것을 떠올릴 정도로 이미지가 좋아졌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칭찬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고요. 비난을 받는다고 해서 그만 둘 것도 아니니 제가 해온대로 살려고 해요.(웃음)
- 식당에 가도 요구해야할 것들이 많고 설명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귀찮지는 않았나요?
제 주변사람들은 그래요. 써놓고 다니면서 그걸 보여주라고. 하지만 제가 왜 채식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 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제가 한 일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측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다고 봐요. 제가 하기때문에 모두가 이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중 몇몇은 제가 추천하는 책을 읽고 채식주의를 하게 되신 분도 있고 또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하시니까요.
채식은 돈이 있어서 마트에서 유기농 우유 사먹으며 자기 건강 지키는 것과는 다른 문제에요. 보다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고 또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죠. 채식을 하는 이유는 갖가지에요. 사람이 굉장히 많이 다른만큼 이유도 다 다르죠. '채식을 한다고 해서 대단한 일'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개인의 건강과 환경이 결코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해요.
소고기만해도 그래요. 그냥 방목해서 풀 뜯어먹고 자란 소고기를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올라가지 않아요. 그런데 곡식을 먹여 키운 소들은 마블링은 곱게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인간이 섭취하고 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엄청나게 높아지죠. 채식과 동물 보호를 떠나서라도 자연의 이치 그대로 두는 것이 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좋다고 봐요.
-채식을 시작하게 된 것이 스무살 초반이라면 사실 대학들어가서 놀기 바쁠 때잖아요. 채식이 어떤 측면에서는 불편한 것일 수도 있었을텐데요.
스무살 초반에는 열심히 잘 놀았어요. 동시에 지금의 저보다 더 많이 이상적이었던 사람이었어요. 학교 다니면서 철학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복수전공을 원했지만 집안에서 반대가 있었어요. 어쨌든 그 시기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에 깊이 빠졌고 뭔가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죠. 그 생각들을 정리를 해야하고 실천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채식이었어요. 좋은 습관들을 많이 갖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채식이었던 거죠. 연예계 일을 시작하면서 제가 그때 가진 좋은 습관들 중 놓친 것들이 많은데 채식만큼은 여전히 하고 있어요. 그마나 이하늬스러운 것을 지키고 있는 것이죠. 어떤 분들은 제가 다른 데서 고기를 먹으면서 채식주의자라고 말한다고 오해하시는데 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 그렇게 행동 못 해요. 앞으로도 쭉 잘 지켰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것 중 하나에요.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죠. 제 호르몬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또 혹시 나중에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는데 고기가 먹고 싶다면 억지로 참지 않을 거에요. 다만 제가 굉장히 변하지 않는 이상은 지켜나가겠죠. 그리고 아직은 이걸 포기할 만큼 힘든 적은 없었어요.
[이하늬. 사진=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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