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맛비가 시작됐다.
프로야구는 지난 5일과 6일 우천으로 잇달아 열리지 못했다. 이에 8개 구단의 선발 투수 관리가 화두에 올랐다. 각 팀 감독들이 7일 선발 예고를 한 것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LG, KIA, 한화가 벤자민 주키치, 헨리 소사, 박찬호를 3일 연속 선발 예고했지만, 나머지 5팀은 1번 이상 선발투수를 바꿨다.
롯데는 5일 부산 SK전서 등판할 예정이었던 송승준이 6일 부산 삼성전서도 나오지 못하게 되자 7일에는 쉐인 유먼을 내세웠다. 양승호 감독은 6일 부산 삼성전이 비로 취소된 뒤 “송승준을 8일 선발로 투입하겠다. 고원준은 다음주로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원래 등판 날짜인 5일에서 이틀이나 밀리자 미련 없이 선발로테이션 순서를 뒤흔들었다.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은 5일 부산 SK전 송승준을 시작으로 6일 재활군에 내려간 이용훈의 대체 선발, 7일 쉐인 유먼, 8일 고원준의 순서였다. 5일 부산 SK전이 취소된 뒤 6일 부산 삼성전서 송승준을 투입하는 건 무리가 없었다. 6월 29일 선발 등판한 그가 6일 쉬고 일주일만에 등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승준이 7일 부산 삼성전에 선발 투입된다면 유먼과 고원준도 차례로 밀리게 된다. 양 감독은 그럴 바에야 송승준을 8일로 돌리고 3일 부산 SK전에 등판한 고원준을 다음주로 돌리는 결정을 내렸다. 송승준은 비록 9일만에 등판하게 돼 컨디션 조절을 스스로 잘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지만, 7일 정상 로테이션으로 나서는 유먼을 비롯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등판 간격과 로테이션 순서는 최대한 지킬 수 있으니 선발진의 전체적인 운용을 놓고 볼 땐 데미지가 최소화될 수 있다. 비슷한 의미로 삼성도 이틀이나 등판날짜가 밀린 장원삼 대신 배영수를 7일 부산 롯데전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감독들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건 ‘투수가 너무 오래 쉬어도 안 좋다’라는 이유에서다. 장맛비로 경기 일정이 불규칙해질 경우 필연적으로 오래 쉬는 투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선발 투수의 경우 5일 로테이션 속에서 ‘휴식-장, 단거리 러닝-웨이트 트레이닝- 불펜피칭’ 등의 촘촘한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장맛비로 등판 간격이 벌어질 경우 이 매뉴얼의 리듬이 깨질 수 있고, 컨디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조그마한 변화에도 예민한 게 선발 투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정된 선발을 3일 연속 예고한 팀들은 전체적인 선발 로테이션의 틀을 깨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또한, 주키치와 박찬호의 경우 LG와 한화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발투수이고 예상했던 것보다 2일이 밀렸음에도 잘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당장 7일 경기서 3일 연속 선발 예고된 선발 투수들이 잘 던질 것인지, 로테이션 간격을 지켜서 나온 선발 투수들이 잘 던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결국, 선발 투수들이 스스로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게 장마철 순위 싸움의 최대변수가 됐다. 불규칙한 일정 속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 감독이 생각해뒀던 불펜 운용이 어긋나거나 과부하에 걸리게 된다. 가뜩이나 시즌 중반으로 치달으며 불펜 투수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할 시기가 됐다. 그런 가운데 선발 투수가 장맛비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경우 불펜 투수들의 부담은 배가될 가능성이 크다.
[선발 등판 순번, 간격이 바뀐 송승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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