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조인식 기자 ]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두산은 연장 12회에 걸친 피말리는 접전 끝에 극적인 3-2 승리를 거뒀다. 두 팀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여름의 명승부였다.
하지만 양 팀이 총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차마 웃기 힘든 일들도 벌어졌다. 첫 번째 상황은 두산이 2-1로 앞서고 있던 11회말에 나왔다. 1점을 뒤지던 LG는 1사 후 두산 3루수 이원석의 송구 실책과 오지환의 안타로 1,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외야 플라이 하나면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3루 주자가 빠른 발을 갖지 못한 최동수였다. 고심 끝에 LG는 결단을 내렸다. 포수를 포함해 엔트리에 남은 야수는 김태군 뿐이었고, 결국 LG가 꺼내든 카드는 투수 김광삼이었다. 김광삼은 LG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에서 야수 경험이 있고, 투수조에서 가장 스피드가 있는 축에 드는 투수였기 때문에 벤치의 낙점을 받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LG가 바랐던 대로 윤요섭은 좌익수 플라이를 날렸고, 깊지 않은 타구였지만 김광삼은 3루를 다시 찍은 뒤 전력으로 질주해 홈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김광삼은 마지막에 슬라이딩까지 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두 번째 상황은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투수가 4번타자가 된 것이다. 이날 4번타자가 된 투수는 두산의 마무리 프록터였다. 이 장면은 5번 지명타자 최준석의 자리에 대타로 들어간 오재원이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볼 수 있게 됐다
오재원은 10회초 공격이 끝나고 타격을 마친 이성열(1루수 윤석민의 대타)와 포지션을 바꿔 1루수로 들어갔고, 이에 따라 지명타자 포지션은 소멸됐다. 그러면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했고, 그 차례는 프록터가 등판한 뒤에 돌아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타자 프록터를 볼 수는 없었다. 프록터는 다시 대타 최재훈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낯선 임무를 수행해 성공한 김광삼보다 더 기쁜 것은 프록터였을 것이다. 두산은 12회초 터진 양의지의 결승타에 힘입어 LG를 꺾고 LG전 7연패에서 탈출했다.
투수가 대주자로 나서거나 4번 타자 자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분명 쉽게 보기 힘든 흥미로운 사건이다. 하지만 단순히 흥밋거리에 그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까지 펼쳐졌다는 것은 결과를 떠나 양 팀의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대주자로 출장한 김광삼과 4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설뻔 했던 프록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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