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13일 올스타전 보이콧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 10일 KBO 임시 이사회에서 각 구단 이사들이 KBO 구본능 총재에게 10구단 창단 작업을 위임했는데, 이와 별도로 KBO는 구본능 총재가 직접 선수협을 만나 한국시리즈 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10구단 창단 절차에 대해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선수협도 21일 대전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보이콧을 철회했다.
▲ 구본능 총재 리더십이 관건
결론적으로, 10구단 창단은 아직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KBO는 한국시리즈 후 10구단 창단에 대해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겠다고 약속한 게 전부다. 실제로 KBO가 10구단 로드맵을 만들더라도 이사회에서 각 구단 사장단의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10구단은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 다만, 선수협 수뇌부는 KBO가 이번만큼은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인 것에 의의를 뒀다. 10구단 창단에 대해 구체적인 문서로 명시된 건 없지만, 선수협도 KBO의 전향적인 자세를 믿어보기로 했다.
결국, 구본능 총재의 리더십이 중요해졌다. 모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고 KBO를 쥐락펴락하는 각 구단 수뇌부들의 입장을 중재하지 못할 경우 10구단 창단은 요원하다. 일부 10구단 반대 구단들은 선수협의 강경한 태도에 한발 물러섰지만, 다시 일정 이상의 시간이 흐를 경우 슬그머니 10구단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그동안 KBO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기구로써의 권위를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어쩌면 10구단 창단 여부는 KBO의 권위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다. 구 총재가 반대 구단들을 설득해 10구단 창단을 이끌어낼 경우 향후 다른 야구계 이슈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상황을 중재할 명분이 생길 것이다. 이는 한국야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 선수협 존재 이유와 본질 찾다
가장 값진 성과는 선수협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똑바로 섰다는 것이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탤 의무가 있다. 그동안 선수협은 의무보단 이득을 중요시 하는 집단으로 비쳐졌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은 선수 초상권과 관련된 법적 분쟁과 전임 수뇌부들의 비리로 선수들에게 조차 신뢰를 잃었다.
이번 10구단 창단 문제와 관련해서는 달랐다. 올스타전 보이콧 시사는 일부에서 “너무 갔다”라는 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KBO 이사회는 선수협의 ‘견제구’에 움찔해 10구단 논의 무기한 중단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협은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선수들의 목소리를 이끌어냈고,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냈다. 어차피 선수협도 올스타전 보이콧은 부담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야구계의 목소리도 대변하면서 자신들의 존재 가치와 본질을 찾았다. 팬들의 신뢰도 얻었다.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이제 각 구단 사장들의 행보와 KBO의 중재력에 10구단 창단의 명운이 걸렸다. 극적으로 위신을 세운 선수협도 두눈 부릅뜨고 견제구를 던질 타이밍을 찾을 것이다.
[선수협의회(위), 구본능 총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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