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꺾이는 맛이 없어. 덜 휘는 것 같아.”
17일 대전구장. 홈팀 한화가 한창 훈련을 하던 중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결국 경기가 취소됐다. 그러나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왕 훈련하는 거 끝까지 해라”라는 지시를 내렸고, 한화 선수들은 비를 맞은 채 도중 철수 없이 끝까지 훈련을 치렀다.
때마침 외야에서 몸을 풀고 들어오던 박찬호와 마일영이 덕아웃 앞에 자리를 잡았다. 서로 충분하게 거리를 두고 사이 좋게 공을 주고 받았다. 캐치볼로 몸을 푸는 것이었다. 한창 캐치볼이 진행되던 중 갑자기 박찬호가 주저앉더니 포수처럼 공을 받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마일영에게 이것저것 던질 수 있는 구질을 던져보라고 했다.
마일영은 컷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런데 ‘포수’ 박찬호가 공을 받더니 영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덜 꺾인다. 덜 꺾여. 꺾이는 타이밍에 스윽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야.” 이후 박찬호는 마일영에게 다가가 한참동안 컷 패스트볼을 잡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직접 마일영의 손을 잡으며 그립을 함께 쥐기도 했고, 이해하기 쉽게 마일영에게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모습이 선생님과 똑같았다. 한참 강의(?)를 듣던 마일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마일영은 “컷 패스트볼이 주무기는 아니지만, 5년전부터 던졌다”라고 말하더니 “원래 찬호형이 후배 투수들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많이 해준다. 참 도움이 많이 되는 선배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마일영은 “찬호 형이 커터 꺾이는 각이 적다고 하셨다. 그립을 더 깊숙하게 잡으라는 설명을 해주셨다”라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찬호는 현재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컷패스트볼 역시 박찬호의 주무기 중 하나다. 마일영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실전 강의를 전직 메이저리거에게 들었다. 마일영의 컷패스트볼이 박찬호의 강의(?)를 계기로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
[마일영에게 컷패스트볼 그립에 대해 설명하는 박찬호. 사진 = 대전 한혁승 기자 hanph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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