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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종교를 떠나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눌렀을 때 차용되는 말이다. SBS 월화극 ‘추적자’는 그야말로 다윗 그 자체였다.
처음 ‘추적자’가 시작될 당시 이 정도로 승승장구할 줄은 몰랐다. 경쟁 방송사에는 부동의 1위 ‘빛과 그림자’가 버티고 있었고, 공유와 이민정 그리고 수지를 앞세운 ‘빅’이 따라붙었다.
이들 드라마의 위용과는 반대로 ‘추적자’는 단 한 명의 스타도 없이 심지어 작가마저도 첫 단독 집필에 나선 박경수 작가였다. 그런데 ‘추적자’는 종영에서 기대 이상의 시청률로 성공적인 종영을 기록했다.
시청률에서는 ‘빛과 그림자’를 추월했다고 볼 순 없지만 ‘추적자’는 스타파워 없이 대본의 힘과 배우들의 호연 만으로 성공 사례를 남긴 작품이다.
대본의 힘이 발휘 된 것은 ‘추적자’만은 아니다. ‘싸인’이 있었고, 최근 종영한 ‘적도의 남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추적자’의 경우 하반기 첫 드라마 시장 출발을 알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수성하고 있는 ‘빛과 그림자’는 물론 경쟁작품인 ‘빅’에도 밀릴 것이라는게 관계자들 다수의 반응이었다.
이 같은 예상은 첫 주 시청률까지만 해도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빛과 그림자’와 ‘빅’이 연장여파 등으로 재미를 잃어가는 사이 ‘추적자’는 나홀로 갈길을 걸었고, 재미 하나만으로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 했다. 만약 같은 시기에 동일한 출발을 했다면 ‘추적자’의 월화극 수성 여부도 점쳐볼 수 있었다.
‘추적자’의 성공은 거대해져만 가는 우리 드라마 시장에 경종을 울린 사례가 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드라마 시장은 비대해져서 한류스타를 위시한 톱스타를 빼놓고는 작품이 성립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 결과 배우 잡기에 혈안이 된 드라마 제작사들은 톱스타 모시기에 치중했고 다른 제작 여건을 맞추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왔다.
하지만 드라마의 성공 조건이라 불리는 배우들의 연기와 대본의 완성도만을 앞세운 ‘추적자’는 또 다른 성공요인인 ‘인지도’를 뛰어넘는 위력을 보여줬다.
실제로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톱스타에만 치중하던 드라마 시장이 ‘추적자’를 기점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외 드라마를 볼 경우 톱스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거의 없다. HBO의 성공작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ABC의 ‘로스트’를 보면 배우의 인지도 보다는 제작자의 역량과 대본이 더 빛을 발한 경우다. 이제 한국 드라마도 제작 시스템과 대본 쪽으로 중점이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12년 상반기 SBS 드라마의 성공 사례만 봐도 이런 경향을 볼 수 있다. 타 방송사들이 외주 제작사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반면, SBS의 경우 투자와 편성에서 과감했다. 그 결과 ‘추적자’, ‘유령’, ‘신사의 품격’ 모두 재미 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한 ‘추적자’의 위력은 한국 드라마 시장에 경종을 울린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17일 종영한 '추적자'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쳐]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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