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가 위기라는 사실은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모든 농구인이 공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서 곪아있는 상처가 제대로 터졌다. 한국농구는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90년대 국민스포츠였던 농구가 경쟁력 없는 마니아 스포츠로 전락한지는 오래 전 일이다.
최근 대한농구협회는 이례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여자대표팀의 터키 참사를 책임지는 의미에서 주요 요직의 이사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또한 WKBL은 여자농구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전설의 여자농구 스타 박찬숙 씨를 위원장에 앉혔다. 최경환 신임총재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공론의 장은 만들어졌다. 여자농구의 경우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남자농구도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WKBL보다 리그 운영 사정이 낫다고 해서, 유망주 사정이 그나마 여자보다 낫다고 해서 뒷짐지고 있어선 안 된다.
남자농구, 여자농구로 이원화할 필요도 없다. 한국농구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해야 한다. 모든 농구인이 모여 위기 해결을 위한 장을 만든 뒤 연계 및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남녀 농구가 안고 있는 문제는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다. 여자대표팀이 올림픽에 4회 연속 진출했던 건 뛰어난 베테랑들에게 의존한 결과이지 국제경쟁력이 높다는 증거로 해석해선 곤란하다. 남자농구의 인프라가 여자보다 낫다는 얘긴 우물 안 개구리요, 도토리 키재기다.
일단 대한농구협회, KBL, WKBL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위신을 잃은 지는 오래됐지만 세 단체는 국내 농구 행정을 책임지고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거기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삐걱거렸던 엇박자를 해소하고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대한농구협회의 경우 이번 일부 이사진 사퇴 표명을 계기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들의 숫자를 줄이고 실질적인 농구행정 전문가를 영입해 발로 뛰어야 한다. KBL과 WKBL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공유해야 한다. 한선교 총재와 최경환 총재가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 다음 남녀농구 통합 마스터 플렌이 짜여야 한다.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다. 허무맹랑하고 두루뭉실한 내용은 곤란하다. 지킬 수 있고, 지켜야 하는 조항들로 이뤄져야 하고,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까지 만들어야 한다.
아마추어 농구부터 살려야 한다. 현재 아마추어 농구의 병폐는 상상 이상이다. 유망주가 적은 현실 속 일부 자금 여력 있는 중, 고교의 유망주 싹쓸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풀뿌리 농구가 바로서지 못하면 한국농구 정상화는 없다. 대회 숫자도 줄여 불필요한 혹사를 줄이고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초-중-고-대 농구의 연계성도 살려야 한다. 여자의 경우 여대농구 활성화를 통해 대학 졸업 후 프로 입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남자의 경우 시행 3년차인 대학리그의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심판, 지도자 교육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남녀프로리그는 국제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묘수가 필요하다. 차기 시즌부터 수비자 3초룰을 없애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세부적인 수비 전략을 만들어 국제 무대에 대항할 내성을 키워야 한다. 트레블링 규정 강화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남자농구 전자랜드 인수 문제, 여자농구 신세계 해체 후속 대책도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
또한 관중 유치 증대를 위한 방안, 리그 일정 및 경기 수 등 모든 초점을 국제경쟁력 강화에 맞춰야 한다. 나아가 국가대표팀 상비군, 전임 감독 문제도 연장선상에 두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국제대회의 선택 및 집중 전략이 필요하고, 그에 맞춰 대표팀 전지훈련, 외국과의 평가전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국제적인 농구 행정 전문가도 만들어야 한다. 현재 FIBA에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국제적인 역량을 키워 성인, 청소년 대표팀 아시아, 세계 대회 유치도 노려야 하고, 그에 맞는 농구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무대에서 늘 아쉬움을 곱씹는 한국이 더 이상 정보전에서 뒤쳐져선 안 된다.
이 밖에 한국 농구의 문제점은 셀 수 없이 많다. 가장 중요한 건, 탄탄한 마스터 플랜을 짠 뒤 이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막상 실천에 옮겨도 발생되는 문제가 있고, 수정하는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 농구는 10년째 말로만 위기다. 더 이상 보여주기 식 액션이 아닌, 농구인들의 진심이 모이는 날을 기다린다.
[남자농구대표팀(위)과 여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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