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일전에 삼성 류중일 감독은 팀내 전반기 MVP로 이승엽을 꼽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바로 한국 나이로 39세의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다. 올 시즌 초반 삼성이 극심한 부진 속에도 결국 선두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진갑용의 존재였다. 그의 전반기는 ‘회춘모드’그 자체였다.
▲ 영양가 만점 방망이… 득점권 타율 0.509
진갑용은 프로 초창기 시절만 하더라도 알아주는 공격형 포수였다. 2001년에는 타율 0.306을 때렸고 2003년과 2004년에는 21홈런과 24홈런을 치는 펀치력을 과시했다. 2001~2006년까지 무려 6년 연속 타율 0.280을 넘겼다. 하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홈런이 뚝 떨어졌고, 타율도 2007년 0.246, 2009년 0.232 등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탔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변변한 백업 포수 부재로 인한 체력 저하도 타격 부진의 원인이 됐다.
올 시즌엔 다르다. 진갑용은 19일 현재 68경기서 타율 0.335 4홈런 43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2001년을 넘어선 개인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는데 규정타석만 채울 경우 리그 타격 5위권이다. 타점도 18일 대전 한화전서 4타점을 뽑아내며 지난해 42타점을 넘어섰다. 그는 2005년부터 단 한번도 50타점을 넘기지 못했는데 올해는 70타점 이상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의 타점 커리어 하이는 2002년 86타점이다.
더 놀라운 건 클러치 능력이다. 올 시즌 진갑용의 득점권 타율은 0.509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득점권 타율 1위는 김현수(두산)의 0.441이니 진갑용의 방망이가 올 시즌 얼마나 알짜배기인지 알 수 있다.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유주자시 타율 0.417 1홈런 40타점이다. 특히 2,3루 시 타율 0.857 11타점, 만루에서 타율 0.667, 8타점이다. 또한, 극도의 수싸움이 펼쳐지는 풀카운트에서 0.308, 타자에게 절대 유리한 볼카운트가 아닌 2B2S에서 0.333으로 강했다.
▲ 노련한 수싸움과 차분한 경기운영
진갑용의 진정한 진가는 포수 본연의 능력에서 나온다. 박경완이 사실상 2년 연속 개점 휴업하면서 진갑용은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베테랑 포수로 인정 받는다. 진갑용은 올 시즌 총 440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676⅓이닝에 육박했다. 강민호(롯데), 양의지(두산) 등 한창 젊은 포수들에 이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더구나 그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15에 불과했다.
기본적으로는 삼성 투수들의 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삼성 투수들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진갑용의 볼 배합 사인을 믿고 따른다. 볼 배합은 결과론이라 그 결과가 온전히 포수의 능력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타자를 요리하는 능력은 단연 리그 최고다. 타자들의 스윙 궤도와 노림수를 읽고 대처할 줄 아는 몇 안되는 포수다.
▲ 적절한 휴식이 보약
류 감독은 “진갑용의 나이가 내일 모레 마흔이다. 체력 안배를 해줘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닝 소화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지만, 이정식이 167⅓이닝, 이지영이 52⅓이닝, 채상병이 25이닝을 분담하며 진갑용의 체력을 확실하게 안배해주고 있다. 류 감독은 진갑용의 체력 부담도 덜어주면서 포스트 진갑용 찾기를 진행 중이다. 진갑용도 일전에 확실히 휴식을 취하니 스윙이 간결해졌다고 했다.
진갑용은 시즌 종반으로 접어들수록 출장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아무래도 삼성으로선 진갑용 없이 정규시즌 2연패에 이어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진갑용의 회춘모드 유지 관건은 시즌 종반 체력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진갑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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