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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주말드라마 '닥터 진'의 의사 진혁(송승헌)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의술을 펼치고 있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 진혁이 펼치는 의술은 신의 능력이다. 본 적 없는 도구와 의술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혁의 의술은 그 시대 사람들의 운명과 역사를 바꾸고 있다.
드라마 속 이야기이지만 요즘 "의술로 운명이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 한 여성이 있다. 바로 2012 미스코리아 진 김유미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을 수상한 이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유미의 과거 사진이라며 지금과 사뭇 다른 생김새의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김유미가 성형 수술을 했다고 확신한 채 비난 여론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진이 정말 김유미의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사진 속 여성의 교복을 근거로 어느 중학교의 교복인지 알아냈고, 해당 중학교를 방문해 진짜 김유미의 졸업 사진인지 확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굳이 헛걸음할 필요가 없었다. 김유미가 방송에서 해당 사진에 대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김유미는 18일 케이블채널 tvN 'E news'에 출연해 "졸업 사진이 올라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다"고 고백했다. 해당 사진이 자신의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또 "대회 끝나고 '모태미녀다' 이런 기사들이 많이 올라왔다. 저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아닌데, 저러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했었다"며 "안 좋게 생각하는 분들 마음도 저는 이해가 된다. (미스코리아에게) 바라는 부분이 있을 텐데 자연 미인이어야 되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실망하실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자연 미인이 아닌 인공 미인, 즉 성형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렇게 밝혀지고 나니 씁쓸했다. 단지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건 아니었다. 성형 수술은 이미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버린 세상이다. 김유미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성형 수술을 받고, 누군가는 방송에서 어디를 수술 받았는지 자랑스럽게 밝히기도 한다. 새삼 이제 와서 김유미 때문에 배신감 따위가 든다는 게 아니었다.
여성의 성 상품화란 비난이 늘 따라다니지만 결국 미스코리아는 5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으로 인정 받아왔다. 그런데 한국 대표 미인이 성형 수술을 한 '인공미(人工美)'의 여성이라니, 진정한 한국 대표 미인으로 인정해야만 하는 건지 헷갈린다.
미스코리아 진이 된 김유미는 국제 미인대회에 출전해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서 온 전세계 미인들과 최고의 미인 자리를 두고 겨룰 예정이다. 여기서 김유미가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약 누군가 "너희의 대표는 인공 미인이지 않냐?"고 지적했을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생각만 해도 난감하다.
미스코리아의 조건에는 '미(美)' 외에도 지성과 교양이 있다. 김유미가 지성과 교양으로는 조건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수 있겠지만, '미'가 인공적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국제 미인대회에 나갈 한국 대표가 '인공미'를 지녔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게 씁쓸한 것이다.
만약 누군가 한국 대표의 '인공미'를 지적한다면 차라리 그에게 '닥터 진'을 아느냐고,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기막힌 의술의 소유자가 있는데 혹시 아느냐고 말해주고 싶다.
[2012 미스코리아 진 김유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tvN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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