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올 시즌 박찬호는 시범경기서 난타를 당했으나 막상 정규시즌 들어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5이닝 이전 조기 강판도 단 3차례였고, 퀄리티 스타트는 무려 7차례를 해냈다. 그러나 그 7경기서 본인과 한화 모두 3승 4패에 그치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간 확실히 야수들의 지원을 톡톡히 받지 못했다.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은 실점이 6점이나 되는 등 한화는 공격, 수비에서 박찬호를 옳게 도와주지 못했다. 박찬호가 이날 전까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승리를 따낸 경기는 6월 10일 대전 넥센전이 유일했다. 심지어 강우 콜드게임이 된 13일 부산 롯데전서는 빗속에서 5이닝 1실점 완투 경기를 펼쳤으나 팀 타선도 1점만을 지원해줘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박찬호의 전반기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인 19일 대전 삼성전. 5이닝 3피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을 3.77로 낮췄다. 한화 타선은 2회에만 5점을 박찬호의 어깨에 얹어주며 이날만큼은 맏형에게 5승을 안겨주기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불펜이 방화를 저지르며 시즌 5승엔 실패했다.
1회초 1사 후 발 빠른 정형식을 볼넷으로 내줬으나 후속 이승엽과 정면 승부를 펼쳐 5구째에 헛스윙 삼진을 솎았다. 2회엔 선두타자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진갑용을 7구째 루킹 삼진 처리했으나 조동찬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김상수를 9구째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3회에도 1사 후 정형식에게 볼넷을 내준 박찬호는 이승엽을 4구째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박석민에게 안타를 맞은 뒤 최형우를 상대하다 몸을 맞췄으나 찬스에 강한 진갑용을 초구에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날 최대 위기를 넘겼다.
4회 김상수의 타구에 한화 내야진의 실책이 끼였으나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한 박찬호는 5회 정형식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이승엽을 유격수 플라이, 박석민, 진갑용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박찬호의 볼끝이 경기 중반에도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박찬호는 5회까지 총 103개, 이닝당 20개 가량을 투구하며 6회 시작과 함께 김혁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관심을 모았던 이승엽과의 승부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잡아내며 국내 통산 9타수 1안타의 우위를 지켰다.
전반적으로 제구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볼카운트 승부가 길어질 땐 대부분 승리했다. 투구수 관리에는 실패했지만, 최고구속 147km의 직구를 19개만 던졌다는 건 그만큼 다른 구종에 자신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최고 140km짜리 슬라이더를 45개로 가장 많이 뿌렸고, 144km까지 찍힌 투심패스트볼을 25개 던졌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각각 10개와 4개, 양념 수준으로 구사했다
커브에 가까운 특유의 각도 큰 슬라이더와 홈 플레이트에서 살짝 꺾이는 투심패스트볼은 역시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엔 상극이었다. 꺾이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 여기에 경기 막판엔 직구의 비중을 높여 삼성 타자들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전반기에 박찬호가 한국 마운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박찬호보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투수는 없다. 설령 제구가 잘 안 되더라도 모든 구종의 제구가 다 안 되는 건 아니기에 경기 당일 컨디션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타자와 수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게 박찬호의 최대 강점이다. 직구는 최소한 난타 당할 수준의 볼 끝과 제구만 아니면 된다. 이날이 딱 그랬다.
이로써 박찬호는 전반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날이 더워지자 페이스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단지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다. 박찬호의 전반기, 드러난 수치에 비하면 꽤나 성공적이다.
[전반기를 마친 박찬호. 사진 = 대전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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