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허무하기만 하다.
한화는 19일 대전 삼성전을 ‘레전드데이’로 명명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글스’라는 명칭을 달았지만, 붉은색 줄무늬 유니폼은 곧 빙그레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시구까지 하며 빙그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한화 팬들은 결코 빙그레 데이에 빙그레 웃지 못했다. 이날 보여준 한화의 경기력이 그들의 전반기를 함축하기에 충분했다.
한화는 이날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맛봤다. 7회 2사까지 삼성 타선을 5안타로 막아내며 5-0으로 앞섰다. 양팀은 주전 선수들을 조금씩 교체해주며 경기를 서서히 마무리 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삼성은 그때부터 9안타를 몰아치며 연장 10회 6-5 대역전극을 선사했다.
▲ 용병 2명 모두 불펜… 초라한 뒷문
마운드, 특히 불펜 불안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화는 이날 박찬호가 물러난 뒤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박정진, 송창식만 그럭저럭 제 몫을 했다. 김혁민(3실점), 대니 바티스타, 안승민, 션헨(1실점)이 줄줄이 실점하며 한대화 감독의 불펜 기용 의도를 무색하게 했다. 나오는 족족 실점했다.
한화 불펜은 박정진의 뒤늦은 1군 복귀 속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전반기를 보냈다. 박정진-바티스타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가 있었지만, 올해는 FA로 영입한 송신영의 부진과 바티스타의 제구력 난조로 인한 2군행 등이 겹쳐 사실상 필승계투조가 사라진 채 임시변통으로 운영됐다. 더구나 대체 용병으로 영입한 션헨마저 불안한 피칭을 선보여 불펜에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션헨과 바티스타는 어정쩡한 불펜 보직 속 평균자책점이 8.40, 5.70을 찍었다. 다른 팀 용병이 1~2 선발과 마무리 보직에서 맹활약할 때 한대화 감독은 땅을 쳤다. 불론세이브만 9개로 리그 최다다.
▲ 결정력 떨어지는 타선
타선도 마찬가지다. 경기 초반 삼성 선발 브라이언 고든을 1⅔이닝만에 강판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후 삼성의 두꺼운 불펜진 공략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화의 공격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무기력했다. 14안타 5볼넷으로 고작 2회에 5점을 뽑은 게 전부였다. 18일 경기는 더 했다. 무려 12안타 2볼넷을 기록하고도 단 1점만 따내는 데 그쳤다.
결정력 떨어지는 타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화는 전반기 팀 타율 0.260(6위)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도 0.262(6위)로 떨어졌다. 경기당 4.1점으로 리그에서 득점력이 가장 떨어졌다. 4번타자 김태균에게 밥상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한다. 김태균이 거의 매 경기 선두타자로 2번 정도 들어서는 게 한화 타선의 전반기였다. 물론, 김태균 출루 후 홈으로 잘 불러들이지 못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박찬호와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3.77과 3.51을 찍고도 합작 7승 10패에 그친 원인이 됐다.
▲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은 34점
한화는 전반기 팀 평균자책점 4.94로 최하위였다. 더 놀랄 점은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은 실점이 무려 34점이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인데, 그만큼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많이 내줬다는 뜻이다. 한화는 이날 실책을 범하지는 않았으나 올 시즌 유독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성 수비와 본헤드 플레이급 주루가 쏟아져 승기를 상대에 내줬다. 기록된 실책은 49개로 최소 5위였으나, 실책성 플레이까지 더하면 한화로선 할말이 없는 전반기였다. 실수가 실력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알려준 한화의 전반기였다.
한화는 지난해 전반기를 36승 47패 1무로 마쳤다. 4위 LG에 4.5경기 뒤진 7위에 올라 호시탐탐 중위권 도약을 노릴 수 있는 다크호스의 면모를 풍겼다. 한대화 감독이 ‘야왕’이란 별명을 얻은 시기도 전반기 막판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지난해보다 퇴보한 성적을 남겼다. 28승 49패 2무. 4위 두산에 12경기, 7위 LG에 6경기 반 뒤진 굳건한 최하위다.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뛴 레전드 데이에 결코 빙그레 웃을 수 없었던 한화다.
[한화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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