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21일 오후 대전구장에서 열린다. 올스타전은 본 경기보다 경기 중간 이벤트가 더 관심을 끄는 법. 올스타전의 꽃은 역시 홈런더비다. 올 시즌에도 8명의 타자가 감독 추천을 거쳐 올스타 홈런더비 우승에 도전한다.
▲ 홈런더비 우승자, 94년 김기태만 홈런왕 차지
올스타전 홈런더비는 1993년에 처음으로 열렸다. 총 19차례 우승자 중 1994년 김기태(LG 감독)만 홈런더비에서 우승한 뒤 25홈런을 치며 홈런왕에 올랐다. 홈런왕만 5차례 차지한 천하의 이승엽(삼성)도 올스타 홈런더비에선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반대로 홈런왕을 단 1차례도 차지하지 못했던 양준혁은 올스타 홈런더비에선 무려 3차례(1993년, 1998년, 2001년) 우승을 차지하며 한을 풀었다.
이런 기록들만 보더라도 올스타 홈런더비는 반드시 홈런을 잘 치는 타자가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올스타 홈런더비는 “무조건 홈런을 쳐야 한다. 여기서 못치면 떨어진다”는 압박감을 받는 1대1 서든데스 방식으로 열린다. 현재 국내에서 “홈런을 쳐야지”라고 마음먹고 들어선 타석에서 실제 홈런을 쳐낼 수 있는 타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베팅볼을 홈런으로 연결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역대 홈런더비 우승자 명단을 살펴보면 홈런타자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타자들도 눈에 보인다. 지난해와 2010년 우승자 박정권(SK)과 김현수(두산)는 홈런타자는 아니다. 이들이 우승을 차지한 이유는 유독 당일 컨디션이 좋았고. 애당초 홈런더비 우승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몸에 불필요한 힘이 빠지며 자연스럽게 홈런 스윙을 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전반기 홈런 1,2위 강정호(넥센)와 최정(SK)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벗어나는 게 숙제다.
▲ 감독들은 은근히 걱정한다
지난 17일 대전구장에서 한화 한대화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이 시간차를 두고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홈런더비 나가지 마.” 한화에선 최진행, 김태균, 삼성에선 진갑용이 홈런더비에 나선다. 두 감독은 최진행과 진갑용을 두고 “1개도 못 치면 어떡하지?”라고 했다. 여기엔 두 가지 뜻이 숨어있다.
첫째, 감독 입장에선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자신의 제자가 실제로 1~2개의 홈런으로 예선 탈락할 경우 체면을 구기는 게 걱정스러울 것이다. 실제 홈런더비는 선수들에게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진갑용은 아예 “1개만 넘겼으면 좋겠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홈런타자가 아닌데다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대놓고 홈런을 노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건, 홈런더비와 홈런왕의 반비례 관계다. 94년 김기태 외에 홈런더비 우승자가 홈런왕에 오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홈런 더비에 나섰던 홈런 부문 상위권 타자가 후반기 들어 갑작스러운 타격 슬럼프에 빠진 케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5년과 2007년 김태균(한화)은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크게 떨어져 서튼과 심정수에게 홈런왕을 내줬다. 홈런만을 노리는 스윙을 하다 기존의 타격폼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올 시즌엔 어떨까. 홈런 부문 상위권에 오른 강정호와 최정이 웃을까. 아니면 홈런 스윙에 일가견이 있는 김태균과 최진행(한화)이 웃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홈런더비 우승 경험이 있는 김현수(두산)와 박용택(LG), 혹은 강민호(롯데)와 진갑용(삼성)의 대반전일까.
[홈런더비-홈런왕 동시에 차지한 김기태 감독(위), 작년 홈런더비 우승자 박정권(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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