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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이번 시즌 추신수(30·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추신수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3번 타순에서 주로 활약해온 추신수는 올해 1번에서도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올해 3번으로 15경기에서 .237, 6번으로 13경기에서 .233의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친 추신수는 1번으로 옮겨간 이후 타율 .321을 찍으며 시즌 타율을 .296(이하 기록 모두 23일 경기 이전)까지 끌어올렸다. 추신수는 리그에서 가장 개성 넘치는 1번으로도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추신수의 기록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1번타자의 모습보다는 호타준족형 3번이 더 쉽게 그려진다. 홈런 11개와 10개의 도루를 동시에 올린 것을 보면 그러하다. 하지만 추신수는 자신과 홈런 랭킹이 비슷한 타자들보다 더 큰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2루타다. 추신수는 2루타 30개로 알렉스 고든(31개, 캔자스시티 로열즈)에 이어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 2위에 올라 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2009년에 기록한 자신의 시즌 최다 2루타(38개)를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추신수는 3번으로 좋은 활약을 하던 시절 닉 마카키스(볼티모어 오리올스)나 바비 어브레유(LA 다저스) 같은 만능형 외야수들과 곧잘 비교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타를 양산하는 1번타자 추신수가 지금은 은퇴한 장타형 1번타자의 전형이었던 전성기의 브래디 앤더슨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보낸 앤더슨은 1996년에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타율 .297에 빠른 발을 이용한 도루도 21개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홈런 수치로, 앤더슨은 이 시즌에 무려 50개의 홈런을 날렸다. 1996년의 앤더슨은 도루가 필요 없는 1번타자였다.
물론 이 기록은 의혹에 휩싸여 있기는 하다. 앤더슨은 미첼 리포트에 올라 있지는 않지만 1996년의 기록을 살펴보면 예년에 비해 홈런이 3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도루 개수는 줄고 성공률도 낮다. 빠른 발을 가진 타자들이 약물을 복용한 뒤 보이는 일반적인 증상이다.
추신수는 앤더슨만큼은 아니지만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장타형 1번타자 중 하나다. 장타력을 갖춘 호타준족인 추신수를 1번에 배치한 것은 매니 액타 감독의 혜안이 작용한 결과다.
현대야구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는 타순이 따로 없다. 1번타자는 때로 중심타선 못지않게 찬스를 많이 맞이한다. 과거에 비해 1~9번이 전체적으로 고른 능력을 가진 현대야구에서 모든 타순이 그렇듯 1번도 공격의 첨병 역할과 더불어 공격을 이어가고, 때로는 직접 해결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
액타 감독이 추신수를 1번에 배치한 것에는 이러한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토니 라루사 감독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투수를 9번이 아닌 8번에 즐겨 배치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9번에서 공격을 이어가고 1번에서 해결해주면 득점 이후 2,3,4번으로 연결되므로 자연스레 대량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서 1번타자들도 장타력이 중요해졌다. 8~90년대 리키 헨더슨으로 대표되는 리드오프 히터들에게 출루율과 스피드가 최고의 덕목이었다면, 최근의 1번타자들에게는 장타력도 크게 요구된다. 자니 데이먼이 2000년대 최고의 1번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파워가 비교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추신수의 1번 기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액타 감독이 부진했던 추신수를 7~9번에 놓았다면 고육책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추신수의 장타력을 고려한 액타 감독의 선택은 1번이었다. 그리고 추신수는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다. 1번은 추신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 아니다.
[어쩌면 추신수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는 1번인지도 모른다.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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