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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쇼프, 베이징서 파이셔 연상시키는 매너남으로 각광'
[마이데일리 = 런던(영국) 올림픽특별취재팀] 올림픽 정신은 살아있었다.
김재범(한국마사회)이 지난달 31일 밤(한국시간) 런던 엑셀에서 열린 유도 남자 81kg급 결승전서 4년 전 자신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올레 비쇼프(독일)에게 통쾌한 복수극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재범의 금메달은 감동과 훈훈함 그 자체였다.
김재범은 몸이 성치 않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왼쪽 어깨, 팔꿈치,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금메달을 향한 일념 속 4년을 준비했다. 결국 김재범은 운명의 리벤지 매치서 비쇼프와 메달 색깔을 뒤바꿔놓았다. 이틀 전 심판의 판정번복으로 인한 조준호의 억울한 8강전 패배로 응어리진 한국 국민들의 가슴을 속 시원하게 뚫어줬다.
김재범의 통렬한 금메달만 빛난 게 아니었다. 그의 금메달 제물이 된 비쇼프 역시 충분히 빛났다. 비쇼프도 준결서 미국 스티븐스와 혈전을 펼치는등 결승전까지 올라오면서 강호들을 물리쳤다. 결승전서도 힘은 소진됐지만 최선을 다한 끝에 패배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경기 후에 나왔다. 비쇼프가 먼저 다가서더니 김재범에게 진한 포옹을 오랫동안 한 것이다. 으레 경기를 치른 뒤 선수들이 가볍게 포옹을 나누거나 악수를 할 수는 있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포옹을 나눈 건 이례적이다.
마치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최민호에게 들어메치기로 한판 패를 당했으면서도 최민호에게 오랜 축하의 포옹을 한 오스트리아 루드비히 파이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비쇼프는 포옹을 나누면서 진심으로 김재범의 금메달을 축하했다. 김재범도 비쇼프의 깔끔한 패배 인정과 축하에 뿌듯했을 것이다. 둘은 시상대에서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메달 세레모니를 마쳤다. 한 단 아래 비쇼프는 상단에 선 김재범을 지긋이 쳐다보고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경기 중에서도 비쇼프는 논란 없이 깔끔한 플레이를 했다.
김재범과 비쇼프의 진한 포옹에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나타났다. 승자는 패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나아가 둘의 아름다운 포옹은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텡이 주창한 올림픽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승패를 떠나 참가와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런던올림픽이 연일 판정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수영의 박태환을 시작으로 유도의 조준호, 펜싱의 신아람이 3일 연속으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혹은 오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한국과 연루되진 않았지만, 30일 체조 남자 단체전서도 판정 시비가 있었다. 스캔들 사건으로 얼룩졌던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이후 최악의 올림픽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의 최민호와 파이셔를 연상시키는 김재범과 비쇼프의 포옹, 그리고 깔끔한 경기 매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처럼 모든 이에게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7월 마지막 날 런던의 밤엔 올림픽정신이 살아있었다.
[김재범(왼쪽)과 비쇼프가 경기후 축하와 위로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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