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의 또 다른 제목을 '년년년'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이 영화 속 10명의 도둑들 중 세 명의 여성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예~"하며 달려온다 해서 예니콜이 돼버린 전지현과 혜수씨가 햅씨, 이후 팹시가 돼버린 김혜수, 그리고 이름부터 관록이 느껴지는 씹던껌 김해숙 등 매력적인 여도둑들의 비상은 관객을 즐겁게 했다.
만약 '도둑들'의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년년년'이 제작된다면 스크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스핀오프란, 영화 속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엽기적인 그녀'에서 한 남자를 쥐락펴락하던 능력을 보여준 예니콜은 '도둑들'에서는 연하남 잠파노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만다. 아마도 '년년년' 버전에서는 이런 예니콜의 팜므파탈적인 면모가 더욱 강조되는 동시에, 연하남이 급작스러운 키스를 해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입술에 힘빼"라고 응수하는 그녀의 파란만장한 과거사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복희에서 예니콜이 돼버린 그녀의 과거사가 '도둑들'의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년년년'에서는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희라는 이름이 까발려지는 것에 진저리치는 데에는 단순히 촌스러운 이름 이상의 과거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해피엔딩 이즈 마인'이라는 어딘지 모르게 사연있을 법한 문신을 새기게 된 이유도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예니콜의 라스트 신은 훈남 미술관장(신하균)과의 우연을 가장한 로맨틱한 첫 만남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년년년'에서 공개될 팹시의 과거는 '타짜'의 정마담처럼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외로움으로 그려질 것 같다. 왕년에 남자 여럿 유혹했을 법한 미모의 팹시가 마카오박과의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외로움 때문 아닐까. 사랑에 대한 희망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를 체념한 듯한 그녀의 태도는 고독하고 쓸쓸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일에서만큼은 누구도 부정못하는 프로였으리라.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금고털이로 명성을 떨치던 그녀는 도둑질을 하며 알게된 언니, 씹던껌의 허망한 술주정을 들으면서 하루 빨리 이 일을 접고 다른 세상으로 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작전설계자 마카오 박을 만나 마지막이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속에 큰 한 방을 시작하려 한다.
'도둑들'에서는 중년의 사랑을 영화처럼 완성하고 만 씹던껌. '년년년'에서는 씹던껌의 화려했던 젊은 시절이 비중있게 다뤄질 것이다. 타고난 연기파 도둑으로 명성을 떨친 그녀는 한 때 세상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전설이었다. 그녀의 방식은 고공비행 못지않은 줄타기나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금고털기와는 다른 클래식한 방법이었을 터. 아마도 그때도 늘 그녀는 껌을 씹고 있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릴만큼 완벽했던 씹던 껌은 과거에도 첸과의 사랑 못지 않은 가슴 뜨거운 사랑을 했으리라. 그래서 얻게된 딸은 그녀의 속을 썩이지만 하나 밖에 안남은 피붙이는 도둑질을 해 전 재산을 퍼줄 정도로 그녀에겐 애틋한 존재다.
정말로 '년년년'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도둑들'의 1000만 흥행과 충무로 여배우들의 드높아진 활약상이 필요조건이다.
[영화 '도둑들' 스틸컷. 사진 = 쇼박스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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