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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임수향(22), 서울 깍쟁이 같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차가운 듯한 인상, '도도하겠지' 하는 게 임수향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서울 깍쟁이라 생각한 이 여자, 집에서는 사투리도 걸쭉하게 쓰는 부산 여자인 데다가 인터뷰 자리에 슬리퍼를 끌고 나타났다. 명색이 드라마에서 구두회사 부사장 역할을 한 여배우가 슬리퍼라니. 왠지 모를 허탈함에 도도한 여배우를 만난다는 긴장감도 풀어졌는데,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부산스럽게 군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20여 분을 이곳 저곳 급하게 찾아 다닌 끝에 "이제 찾았어요"라며 인터뷰 자리에 앉았다. 대체 '신기생뎐'의 단사란도 '아이두 아이두'의 염나리는 어디 갔나 싶었다. 대신 헐레벌떡 뛰어다닌 탓에 숨을 고르고 있는 엉뚱한 여자 임수향이 앉아있었다.
"하이힐은 좋아하세요?" 슬리퍼를 신은 임수향에게 물었다. "그럼요. 되게 좋아해요" 임수향의 대답에 "슬리퍼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라고 다시 물었다.
"어? 어떻게 아세요? 저 슬리퍼 정말 자주 신어요. 일할 때는 항상 구두를 신으니까 발이 못 견디거든요. 구두도 진짜 좋아해서 사는 것도 좋아해요. 대신 사놓고 특별한 날 아니면 자주 못 신어요. 대신 슬리퍼를 신죠. '깔' 별로 슬리퍼가 있어요. 하하"
평소에는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좋다는 임수향은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세련된 부사장 염나리 역을 연기했다. SBS 드라마 '신기생뎐'의 단사란 역으로 단숨에 스타가 된 임수향이었지만, 대신 어둡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걸 '아이두 아이두'에서 깨고 싶었다는 임수향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옷 입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이번 작품에서 예쁜 옷도 많이 입어서 좋았어요. '아이두 아이두'를 선택했던 이유가 그런 점도 있었어요. 그동안 약간 나이 들어 보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걸 탈피하고 싶었어요. 예쁜 옷도 많이 입고, 트렌디하게. 제 나이를 찾고 싶었어요. 조금 성공한 것 같아요"
"실물은 동안인데요?" 임수향에게 말했더니 "립서비스죠?"라고 한다. 그래서 조금 말을 바꿔서 '아이두 아이두'의 염나리 역할, 젊은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고 했더니 "저 어린데, 젊은 이미자라뇨!" 임수향의 타박만 돌아왔다. "저 완전 상큼하거든요!"란 말과 함께.
"처음에는 저도 인정을 하고 '그래. 이게 나의 매력이고 배우로서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꾸 그러니까…… 이미 '노안 종결자'로 떴거든요. 제가 종결시켰으면 종결돼야 하는데 자꾸 노안, 노안 하니까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옛날에는 그런 마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발악을 좀 했어요. 진짜 말 그대로 발악 중! 어두운 이미지로 봐주시니까 밝게 보이려고 노력해요"
사실 임수향은 화면에서 느껴졌던 것과 다르게 엉뚱했고, 가끔 이상하기도 해서 "임수향씨, 이상한 사람 같네요"라고 몇 번이나 말해줬다. 그때마다 "절 어떻게 보신 거예요"라고 발끈하긴 했지만.
"다음에는 빈틈이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허당에 인생도 막 사는, 그런 연기요. 그리고 최대한 오래, 할머니가 되어서도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 나이만의 매력을 발견해서 대중들이 계속 절 찾도록 할 수 있는 배우요"
(아침을 안 주면 화가 난다는 '식신' 여배우 임수향의 이야기는 인터뷰②에서 계속된다)
[배우 임수향.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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