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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정한 비밀병기는 따로 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예선서 순항했지만, 내부적으론 고심이 많았다. 주요 선수들의 부상이 잦았기 때문이다. 스페인과의 첫 경기서 다리를 다친 김온아는 더 이상 뛰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후 정유라, 유은희, 김차연 등이 연이어 경기 중 다쳤다. 특히 주포 유은희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지만, 부상으로 한국의 공격력이 둔화된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한국이 믿을 건 수비다. 8일 새벽 러시아와의 8강전서 상대 패시브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전진 수비는 준결승전 진출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한국이 러시아전서 승리했던 숨은 원동력은 골키퍼 주희(22, 대구시청)이다. 주희는 2008년 대구시청에 입단했고, 이번 런던올림픽이 첫 올림픽일 정도로 국제 무대 경험이 적다.
경험이 적으니, 패기로 승부한 것일까. 주희는 러시아전서 신들린 듯한 방어를 펼쳤다. 이날 주희는 상대 30차례 슛 시도 중 무려 8차례나 막아냈다. 방어율은 27%. 러시아의 이날 38개의 슛을 던져 23개를 넣어 61%를 기록했고, 한국은 55개의 슛을 던졌지만 24개를 넣어 44%에 그쳤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희의 선방이 더 많았다. 특히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22-22 상황에서 연이어 러시아의 페널티드로를 2차례나 막아냈다. 이는 자연스럽게 경기 흐름이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걸 뜻했다. 주희의 결정적인 선방이 없었다면 공격력이 다소 떨어진 한국이 결코 공격력의 팀인 러시아를 이기기 어려웠다.
한국은 예선전서도 상대의 224차례 슛 시도 중 71개를 막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역시 주희의 활약이 컸다. 주희가 32세의 베테랑 문경하와 함께 한국 골문을 든든히 지키는 숨은 비밀병기로 거듭났다. 세계 최강 국가들을 상대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선방 릴레이를 펼친다면 한국의 3회 연속 메달 획득, 나아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20년만의 올림픽 금메달도 더 이상 꿈은 아니다.
[주희. 사진 = gettyimge/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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