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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카디프(영국) 올림픽특별취재팀] 박주영에게 4년 전 이승엽의 향기가 느껴졌다.
박주영(아스날)이 어마어마한 골을 터뜨렸다. 그것도 한국 축구의 올림픽 역사상 첫 메달을 확정짓는 동시에 자신과 후배들의 병역 면제를 이끌어낸 속 시원한 골이었다. 아울러 아스날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한 방에 회복하는 멋진 골이었다. 한국은 일본에 2-0으로 완승하고 올림픽 역사상 첫 동메달을 땄다.
전반 38분 터트린 그의 결승골은 전반 중반 일본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반전시키는 귀중한 골이었다. 정말 골이 필요할 때 골을 만들었다. 수비수 3명을 제치고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만들어낸 골은 역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는 골이 됐다.
이쯤되면 한 가지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야구의 이승엽(삼성)이다. 이승엽은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계속 침묵하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서 2-2 동점 상황에서 8회초 일본이 자랑하는 구원투수 이와세 히토키에게 역전 결승 투런포를 작렬했다. 이승엽의 그 한방으로 한국은 일본을 침몰시켰고, 앞길 창창한 후배들이 다수 병역 면제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더구나 당시 이승엽에게 놓인 상황도 지금의 박주영과 다를 게 없다. 박주영은 현재 아스널 소속이지만, 2012-2013시즌 어디서 뛸지 아무도 모른다. 아스널에서 찬밥신세가 된지 오래다. 이승엽도 당시 요미우리에서 입지가 날이 갈수록 약화됐다. 엄지손가락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뒤 좀처럼 타격감이 살아오르지 못했고, 새롭게 영입한 알렉스 라미레스에게 4번 자리를 내주고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는 처지가 됐다. 이승엽은 이후 끝내 요미우리에서 재기하지 못한 채 2010년을 끝으로 오릭스로 둥지를 옮겼다.
마음 고생이 심한 이승엽은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초반 부진했으나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치며 웃었다. 박주영의 결승골도 마찬가지다. 본인은 축구인생 최악의 위기에 섰지만, 통쾌한 결승골로 후배들, 그리고 자신도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제쳤고, 한국 축구에도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안겼다.
8월 10일 카티프의 밤, 박주영은 생애 최고의 골을 터뜨리며 걱정, 근심, 스트레스를 다 털어버렸다. 4년 전 이승엽이 결승홈런 이후 눈물을 보였듯, 4년 뒤 이날 박주영도 경기 후 가슴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박주영.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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